약사회장 보궐선거가 중반부로 접어들고 있다. 보궐선거 특성상 이번 선거결과는 후보자들의 정책공약보다는 ‘인물론’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이들이 처한 상황적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빈 후보는 '협상과 투쟁을 겸비한 후보'라는 이면에 '불안정한 후보'라는 이미지가, 김구 후보는 '집행부 측 후보'라는 이면에 '카리스마가 부족한 회장'이라는 이미지가, 박한일 후보의 뚝심 뒷편에는 '고집 세고 잊혀진 인물'이란 이미지가 상충되고 있다.

문재빈, '투쟁과 협상 달인'… '조직력 부재'는 약점

문 후보의 강점은 무엇보다 한약분쟁과 의약분업 당시 약사회 대표로 협상을 주도한 경력을 바탕으로 한 대표 협상가라는 이미지다.

여기에 권태정 전 서울시약사회장이라는 투쟁성이 뚜렷한 인사를 선거 캠프에 포함시키면서 투쟁력과 협상력을 겸비한 후보라는 이미지를 유권자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또, 지난 2001년 대한약사회장 직선제 출마 당시 원희목 회장과 3000표 격차로 낙마했던 경력이 있지만, 오히려 당시의 경력이 현재의 보궐선거에서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반면, 문 후보의 대표적인 약점은 '조직력' 부재다.

같은 중앙약대 동문인 김구 후보의 출마로 중앙약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반 집행부 성향으로 전국적인 약사회 조직을 활용할 수 없다는 측면이 가장 큰 약점인 것.

또 권태정 전 서울시약사회장과의 연대는 '투쟁력 이미지 강화'라는 측면에서는 강점이지만, 권 전 회장의 반대 세력이 다수 상존한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새 정부가 일반약 약국외 판매 정책을 강하게 추진코자 하는 의지는 투쟁력과 협상력 이미지를 강조하는 문 후보 입장에서 기회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와 맞물려 약사회 개혁의 필요성 또한 제기되면서 문 후보에게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반 집행부 노선임을 강하게 표출하다보니 안정적인 이미지가 떨어진다는 측면은 문 후보의 위협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원희목 의원이 여전히 약사사회에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현 집행부와의 대립각이 이번 선거에서 얼마만큼 영향을 줄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김구, '인적 네트워크' 강점 반면 카리스마는 부족

김구 후보의 대표적인 강점은 현 집행부의 인맥을 100% 활용할 수 있다는 인적 네트워크다.

사실상 원희목 의원 사람들로 촘촘히 구성돼 있는 현 집행부를 그대로 끌어안는다는 의미에서 '안정적인 회장'이란 이미지가 그의 지지기반을 형성하고 있다.

반면, 지나치게 인적 네트워크가 강조되다 보니 후보자 개인의 회장으로서 필요한 카리스마는 다른 두 후보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다.

또 상대 후보들이 복지부 발언, 어용회장 등 끊임없이 회장 자질 논란을 제기하면서 그의 치명적인 약점이 언론에 그대로 노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문 후보보다 탄탄한 중앙약대 동문회의 조직력과 집행부가 갖추고 있는 전국적 조직력을 등에 엎고 있다는 점은 김 후보의 강력한 기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희목 의원이 현재 18대 국회에 진출해 활동하고 있다는 점도 김 후보에게는 든든한 기회 요인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의약품 약국외 판매 정책을 가속화하면서 회원들의 강경투쟁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이와 함께 김 후보는 지난 5월 초 복지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슈퍼판매 발표를 미뤄달라"고 한 발언이 공개되면서 또다른 위협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박한일, '뚝심과 추진력' 있지만 '고집 세고 잊혀진 인물'

박한일 후보의 '뚝심' 이미지만큼은 약사사회 전체가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는 추진력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박 후보가 내세우고 있는 ‘강한 약사회’라는 이미지와도 상쇄되고 있다.

이에 더해 약사회 원로로서의 위치와 약사공론의 변혁을 주도한 경력, 성균관약대 동문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박 후보의 가장 큰 강점이다.

반면, 상대 후보에 비해 나이가 많고 회무 공백기가 길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이는 그의 대표 이미지인 '뚝심'이 자칫 '고집'으로 비춰질 수 있어 우려가 되는 대목이다.

선거운동 초기에 네거티브 전략을 회피하다, '슈퍼판매'라는 중요 이슈를 다른 두 후보에게 빼앗겼다는 점도 초반 선거 운동에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박 후보는 이번 보궐선거에 임하면서 1년6개월 잔여 임기만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는 점은 그의 기회 요인을 적극 살린 시의적절한 전략으로 평가 받는다.

또 박 후보는 다른 두 후보가 중앙약대 지지를 둘러싸고 네거티브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사이 반사이익을 거두고 있기도 하다.

반면, 각종 언론매체의 여론조사에서도 3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그에게는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최근 약사사회와 관련한 정책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자 무엇보다 약사회장의 대표 자질 능력이 '순발력'으로 꼽힌다는 점도 나이가 많은 박 후보에게는 위협적 요인이 되고 있다.

[특별취재팀=김정주·한승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