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진단]대한약사회 릴레이 단식투쟁 40일

새정부의 의약품 약국외 판매 정책에 맞선다는 취지로 대한약사회가 추진하고 있는 '릴레이 단식투쟁'이 40일째를 맞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안팎의 시선이 싸늘하다.

대한약사회는 지난달 16일부터 3명~4명으로 구성된 한 조가 3일씩 담당하는 '릴레이 단식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이 릴레이 단식투쟁에는 집행부 상임이사들과 전국 15개 시도약사회(강원도약사회 불참)가 참여하고 있다.

시도약사회 릴레이 단식은 인천시약사회를 마지막으로 오는 7월 5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필요에 따라 보궐선거 개표일인 7월10일 직전까지 진행할 수도 있다는 것이 약사회 입장이다.

약사회에 따르면, 22일 현재까지 약 200여명의 전국 약사회 임원들이 단식에 참여했고, 박한일 후보가 1000만원 성금을 기탁한 것을 포함해, 총 2000여만원의 격려 성금이 모아졌다.

약사사회 반응 '싸늘'…메아리 없는 외침

전국 약사회가 발벗고 나선 단식투쟁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안팎의 시선은 싸늘하다.

한 달이 훌쩍 지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복지부 관계자가 "그런 일이 있었느냐"고 반문할 정도.

약사사회 내의 시선도 싸늘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릴레이'란 어감이 주는 냉소적인 반감은 물론, 약사회의 일반의약품 슈퍼판매 저지 정책을 바라보는 회원들의 생각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전국 시도약사회 릴레이 단식투쟁에는 강원도약사회(회장 김준수)가 불참의사를 공식 표명하기도 했다.

당시 김준수 회장은 "릴레이 단식은 약발이 약하며, 향후 전개될 복지부와의 협상을 위한 실탄으로 비축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릴레이 단식에 부정적인 인식을 보였다.

당초 약사회가 '릴레이' 형식의 단식을 기획한 것은 국민여론을 자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복지부를 압박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었다.

하지만, 미국산 소고기 수입 파동이 전국을 강타하고, 급기야 약사회장 보궐선거 이슈가 맞물리면서 약사회의 단식투쟁은 메아리 없는 외침이 돼 버렸다.

농성장엔 만화책·잡지 가득…사무국 직원도 단식?

상황이 이렇다보니, 릴레이 단식투쟁은 전형적인 사진찍기 행사로 전락해버렸다.

실제로, 참가자가 아닌 인사들이 갑자기 농성장으로 몰려와 단식투쟁 복장을 갖추고 사진을 찍고 사라져버리거나, 단식에 임하는 임원들 역시 사진을 찍고 나면 어디론가 모습을 감추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또 단식농성장 문을 무심코 열어보면, 만화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부터 TV 오락프로에 열중해 있는 사람, 핸드폰 문자메시지 발송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심지어 일부 지부에서는 약사회 임원이 아닌 사무국 직원들이 대신 단식 투쟁을 벌인다거나, 야간 시간 야참을 먹고 온다거나, 또 어떤 임원은 각종 영양제 등을 복용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단식에 참여한 한 임원은 "지방의 경우, 임원들이 약국까지 비우고 단식투쟁에 동참하기는 솔직히 어렵다"며 "릴레이 형식으로 단식이 장기화되다 보니 웃지못할 일이 벌어지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또다른 참가자는 "단식투쟁을 한다고 해서 비장한 마음으로 서울에 올라왔는데, 막상 사진 한장 찍고 나니 별다른 할 일이 없는 것 같다"며 "이런 단식을 계속해야 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약사회 집행부, 단식투쟁 보궐선거에 이용하기도

집행부가 단식투쟁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반집행부 노선을 갖고 있는 문재빈 후보의 행동거지 하나하나에 집행부가 민감하게 반응하며 경고성명을 남발하는 등 집행부측인 김구 후보의 선거운동을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문재빈 후보가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약권수호 운동본부에서복지부 앞 1인시위를 진행하자, 약사회는 즉각 성명을 내고 '선거용 이벤트를 중단하고 릴레이 단식투쟁에 동참하라'고 압박했다.

또, 최근 문 후보가 복지부 관계자의 '슈퍼판매는 국정과제'라는 답변을 듣고 삭발투쟁을 단행하자, 약사회는 복지부와 함께 '부적절한 처신에 엄중히 경고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공개 비판에 나서기도 했다.

최근에는 문 후보가 삭발투쟁 당시 '단식투쟁은 제스처'라고 발언한 내용에 대해 사실 무근임을 적극 해명했음에도 불구, 약사회는 16개 시도지부장 명의로 '단식투쟁을 모독했다'며 선관위에 제소할 방침을 표명하기도 했다.

데일리팜 취재결과, 이날 공개된 16개 시도지부장들의 성명은 친집행부 성향의 대표주자인 구본호 대구시약사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 성명에 동참하지 않은 지부장들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약사회, "7월10일 이전까지 지속"…목적달성은 '미지수'

일단, 약사회는 보궐선거 개표가 이뤄지기 직전까지 단식투쟁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최근 복지부가 의약품 슈퍼판매 문제를 약사회 보궐선거가 끝난 시점에 논의하자고 밝힌 것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50일 가량 진행된 릴레이 단식투쟁이 처음 취지대로 '국민여론을 자극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복지부를 압박'했는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일각에서의 주장대로, 약사회의 릴레이 단식투쟁이 슈퍼판매 논의를 보궐선거 이후로 미루기 위한 '시간끌기 작전'이었는지, 아니면 약사회 주장대로 '협상을 위한 최상의 방법'이었는지에 대한 평가도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

릴레이 단식투쟁에 대한 냉·온의 시각으로 인해 약사회의 정책적 동력이 흩어지고 있는 이 순간에도, 새정부의 일반약 슈퍼판매 정책 추진 움직임은 점점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요구가 돼 약사사회의 목을 옥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