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폐업 투쟁을 놓고 극한 양상을 띤 의료계 내분이 일단 봉합됐다. 하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이번 의료계 내분의 원인은 바로 신상진 위원장. 발단이 신위원장이었다면 마무리도 신위원장이 풀었다. '결자해지'의 역할을 통해 의료계 최악의 상황은 막은 것이다.

신위원장은 지난번 의쟁투 중앙위원들과의 잡음에 이어 상임이사 및 시도의사회장단과도 마찰을 빚었다.

지난 24일 과천 결의대회에서 신위원장의 녹음 발표가 단초다. 약간의 이견이 있지만 신위원장의 발표내용을 상임진 등 집행부가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신위원장의 결정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 사전에 의협 집행부에 전달될 예정이었다. "집회전 상임이사회에서 추인을 받고 이를 김재정 회장께도 알리는 수순을 밟으려고 했다"고 한 인사는 설명했다.

하지만 신위원장의 발표는 의협 집행부를 완전 무시한 처사가 됐다. "교주같은 행태"라고 비난한 인사도 있다.

문제는 여기서 발단됐고 급기야 상임진은 25일 오전 긴급이사회를 열고 신위원장의 결정을 뒤짚었다. 신위원장의 일방적 결정에 제동을 건 것이다.

당일 저녁 의쟁투 중앙위는 논란끝에 신위원장의 결정을 재확인했다. 의협이 사분오열의 기로에 서게된 시점이었다.

그리고 26일 4시부터 열린 시도의사회장단과 상임이사진과의 회의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회의는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됐다. 회의 초중반은 기존 의협 상임진의 결정을 재확인하는 분위기가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저녁 9시경 상황이 급변, 찬반투표 시행 가능성이 점쳐지기 시작했다.

단, 여기서 전제가 깔렸다. 바로 신상진 위원장이었다. 의협 집행부들이 신위원장의 공개 사과를 요구한 것이다. 어렵사리 연결이 돼서 신위원장이 집행부에 사과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떠한 내용의 무슨 말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오후 4시에 시작된 마라톤 회의는 11시50분경 끝났다. 회의로서의 끝남이 아니라 어찌보면 과천대회후 불거졌던 의료계 내분이 일단 해결된 순간이었다.

하지만 회의가 끝나고도 집행부들은 문밖을 나설 수가 없었다. 의협에 몰려온 성난 의사들이 결정사항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등 험악한 분위기 때문이었다. 통로 문을 잠그고 거친 말들이 오가기도 했다.

의료계는 27일부터 재폐업 찬반투표에 들어갔다. 전공의들의 투표 결과도 있지만 재폐업 찬성이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집행부는 물론 의쟁투 중앙위원들중에도 즉각적인 폐업에 부정적인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기뿐 아니라 폐업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다.

어찌보면 의료계의 더 큰 내분은 투표 후 야기될지 모른다. 지금보다 훨씬 격한 양상으로 치달을 것은 자명하다. 의협 집행부와 의쟁투 중앙위원회의 고민은 어쩌면 여기서 더 깊어질 수 밖에 없어 그 해법과 결정에 관심이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