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스페셜]"내가 필요한 자료만 진실"...건정심 표결처리 모두 불만
매년 반복되는 수가협상 철이 다가왔다. 의약단체들간에 경영수지분석 연구용역이 속속 공개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신뢰'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의약사의 '고무줄' 수입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는 무엇인지, 그리고 최근 의약계가 호소하는 경영난의 핵심을 수가협상의 연장선상에서 심층적으로 짚어본다.
기획-수가협상 이대로 좋은가?
---------<글 싣는 순서>-----------
1.의약사 수입의 허와 실
2.경영수지를 둘러싼 논란
3.수가협상 태도 이제는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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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계는 건강보험을 의료사회주의 전형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협상결렬→표결 그리고 반발 '악순환'
의약단체와 건강보험공단의 내년 보험수가(환산지수) 적정성 연구를 끝내면서 수가협상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올 수가협상의 관전 포인트는 '협상결렬'→'건정심 표결처리'→'의약계·시민단체 반발'로 이어지는 4년간의 질긴 악순환이 대타협을 통해 극복하느냐로 모아진다.
의약단체와 공단이 어느 해 보다 일찍 만나 “올해에는 수가계약을 성사시키자”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도 '협상결렬'에 따른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약계와 공단이 의욕적인 모습이 협상타결로 이어질 것이라는 데 배팅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아전인수식 산출자료·연구방법 이젠 그만
공단과 의약계가 수차례의 실무접촉을 벌였음에도 적정수가 산출을 위한 연구방법과 상대방이 사용하는 자료를 인정하지 불신의 골이 깊기 때문이다.
실제 건강보험공단은 내년 환산지수를 산출하면서 통계청, 국세청, 일산병원, 건강보험 진료수입·의료급여비용 등의 자료를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는 건강보험과 의료급여 자료를 요양기관의 주수입원으로 활용하고 비용부분은 통계청의 보건의료 관련 물가인상률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반면 의협, 약사회, 병협, 한의협 등은 표본을 추출, 설문조사 방식으로 경영수지를 분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의약단체는 두자릿수 인상을 요구하게 되며 공단은 소폭인상 내지 동결을 요구하는 형국으로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협상당사자들 내부에서 조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표결처리 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반응이 나는 것도 이러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감사원은 최근 감사결과를 통해 “환산지수는 산정방법에 따라 많은 차이가 발생하므로 보건복지부와 계약 당사자인 공단 및 의약계간에는 어느 방법으로 환산지수를 산정할 것인지에 대한 사전합의가 필요하다”며 “이런 합의가 없다보니 매년 공단과 의약게가 환산지수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고 매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심의·결정하며 환산지수를 심의·의결을 위해 제시한 안도 일관성이 없이 매년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고 지적했다.
▲ 시민단체는 보장성 강화없인 수가와 보험료인상에 반대한다
의료수가 4년간 인상근거 '좌충우돌'
실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환산지수를 결정하면서 2001년에는 원가분석 기준으로 2002년에는 전년도 환산지수에서 진찰료 350원과 조제료 300원 삭감에 해당하는 총 진료비를 차감했으며 2003년에는 원가분석과 경영수지분석의 평균값에 물가인상률 4%를 반영, 2004에는 SGR방식을 활용하는 등 매년 다른 기준을 사용해 왔다.
감사원은 따라서 “의약계 대표들과 협의하여 환산지수 산정방식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현지조사 등을 통해 정확한 자료를 입수하여 이를 근거로 환산지수를 산정할 것”을 권고했다.
공단 관계자는 환산지수 산출방법과 관련 “표본의 대표성과 활용하는 자료와 지표의 종류, 분석방법 등 연구방법에 대해 이미 의약단체에 공개하고 의견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지만 의료계가 이를 무시했다”고 밝혀, 책임을 의료계로 돌렸다.
의료계는 그러나 이번 수가계약과 관련 “회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수가인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중대결심 하겠다”고 밝혔다.
공단과의 수가협상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지만 결국 의료계의 두자릿수 인상이 관철되지 않으면 대정부 투쟁 선회 가능성을 내비치는 대목이다.
건강보험공단과 의약단체 모두 협상결렬의 책임을 피하기 위한 정치적인 수순을 밟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 의약단체와 시민단체 모두 건정심 운영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협상결렬땐 공단 위축-의약계 도덕성 흠집
사실 이번 수가협상이 결렬될 경우 보험자로서의 건강보험공단의 권위는 실추될 것이며 의료계는 도덕적인 지탄을 받을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실제 김근태 장관은 최근 열린 국정감사에서 한 국회의원이 보험공단의 역할강화를 주문하자 “지난 4년간 의료공급자 단체들과 수가협상을 한 번도 성사시키지 못했다”면서 “공단 스스로 조직과 경영혁신을 이루는 활골탈퇴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의약단체와 대립하기 보다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보험자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주문인 셈이다. 따라서 올해마저 수가협상에 실패할 경우 '보험자'를 강조하는 공단의 위상에 흠집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의료계 또한 경제불황으로 서민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두자릿수 인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위험부담을 안고있다.
특히 시민사회단체와 국민들이 연구결과를 불신하는 데 무작정 수가를 인상하면 도덕성 문제가 도마위에 오를 수 있다는 논리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번에도 연구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두자릿수 인상을 요구해 협상이 결렬된다면 의료계는 심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의 상황에서 근거없이 수가를 올리거나 보험료를 올릴 경우에는 국민적인 저항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가입자·의료공급자 진실게임을 하라”
의약단체와 공단, 시민사회단체가 협상타결의 전제조건으로 합의 가능한 자료를 갖고 책임있게 만날 수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대안을 내놓고 있다.
건강세상네트워크의 김창보 사무국장은 이에 대해 “환산지수 연구에 필요한 자료와 연구방법 등에 대한 의약계의 동의가 먼저 선행돼야 한다”고 전제한 뒤 “불신을 받고 있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를 통해 올바른 논의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의료연대회의 관계자는 “협상은 공단과 의협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보험공단이 실질적인 권한이 없는 상황에서는 운영의 묘를 살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따라서 “건강보험발전위원회가 권고한 공단내에 가입자위원회를 만들어서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의료계와 타결을 전제로 협상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건강보험공단과 의약단체가 수가와 보험료 문제를 놓고 끝장을 보자는 식의 논의구조가 오히려 효율적인 수 있다는 것이다.
의약계 관계자 또한 “결렬을 전제로 하는 협상은 회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수가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할 수 없다”면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정부 의도대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진실게임을 한다. 상대방이 질문을 하면 당사자는 거짓이 아닌 진실을 이야기하는 게임이다. 이제 4년간 서로 다른 잣대로 자료를 들이대며 불신의 칼을 서로 겨누기 보다는 이제 당사자들이 허심탄회하게 묻고 진실을 끄집어내는 '협상의 문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의약단체와 공단의 용역을 받은 연구자들이 오는 8일 모여 공개토론을 갖기로 한 것은 미약하지만 나름대로 의미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