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약바이오협회, 21대 대선 앞두고 '10대 정책' 제안
"성과기반 R&D 정책 수립·국내개발 신약 보상체계 구축"
"원료약 국산화·AI 생태계 구축·예측가능 약가구조 필요"
[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제21대 대선을 앞두고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10대 제약바이오 정책'을 제안했다.
키워드는 세 가지로 정리된다. R&D 지원과 AI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 약가 구조 개선이다.
제약바이오협회는 성과기반 R&D 정책 수립, 국내개발 신약에 보상체계 마련, 원료의약품 국산화 지원을 제안했다. 또한 AI 신약개발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과 관련 전문 인재 양성을 건의했다. 나아가 R&D 비율에 따른 약가인하 감면분을 재투자하는 순환 체계를 마련하고, 균형 잡힌 사후관리 정책으로 에측가능한 약가 로드맵을 구축할 것을 요청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19일 발간한 정책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내용의 ‘대한민국의 건강한 미래를 위한 제21대 대선 제약바이오 정책’을 제안했다.
◆성과기반 R&D 정책 수립 = 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정부의 제약바이오 관련 R&D 예산은 2조5826억원으로, 이 가운데 기업 지원은 3477억원에 그친다. 전체의 13.5% 수준이다. IT 분야의 경우 기업 지원 비중이 44.5%에 달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제약바이오협회는 전략적 R&D 투자 시스템 구축을 주문했다. ‘한국형 ARPA-H’ 사업을 확대 추진하고, 예비타당성 면제를 적용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또 블록버스터 신약 창출 위한 메가펀드를 지속적 확대하고, 제약바이오기업의 바이오벤처 등 출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나아가 ‘성과도출형’으로 R&D 예산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R&D 예산의 기업 지원 비율을 30%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고, 신약 개발·상업화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임상 2·3상과 글로벌 진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염병 대응 백신·치료제 국산화 = 제약바이오협회는 mRNA·합성항원기술 등 차세대 백신 플랫폼 연구개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감염병 위기에 대응해 ‘백신개발 100일 작전’이나 ‘대규모 신속 글로벌 임상 프로젝트’와 같은 대책을 신속하게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국가필수 백신·치료제의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손실보상제’를 도입하고 사전 구매제도와 장기구매 계약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국·일본의 경우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사전구매제도를 적극 활용해 개발 기간을 단축한 바 있다.
◆국내개발 신약 보상체계 마련 = 제약바이오협회는 국내개발 혁신신약에 대한 약가보상 체계를 개선할 것을 주문했다. 현재는 혁신형 제약기업이 개발한 신약이나 국내 임상시험 수행의 경우에만 약가 우대가 적용되는데, 이를 필수의약품 공급, 일자리 창출 등에 기여하는 제약바이오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환급제(이중약가제) 적용 대상을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외국의 신약개발 혹은 기술수출 현황을 파악해 시판 계획이 파악되는 경우에 환급제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원료의약품 국산화 지원 = 협회에 따르면 국내 원료의약품 생산업체 수는 2013년 381곳에서 2023년 296곳으로 최근 10년 새 감소했다. 같은 기간 원료의약품 품목수 역시 1만341개에서 6244개로 크게 줄었다. 국산 원료의 가격 경쟁력이 낮아 중국·인도산 원료약 비중이 높아진 영향이다.
제약바이오협회는 원료 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한 보험약가 우대와 세제 지원 등의 정책적 지원이 극히 미흡한 점도 원인으로 지목했다. 정부는 국산 원료 사용 시 보험약가 우대(68%, 5년+5년) 제도를 신설했으나, 대상신규 등재 국가필수의약품으로 대상이 한정된 데다, 사후관리로 인한 약가인하 가능성으로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제약바이오협회는 의약품 안정 공급 체계 구축을 위한 컨트롤타워를 설치하고, 의약품 수급 현황의 실시간 조사·분석·모니터링을 촉구했다. 중장기적으론 공급 안정성 계획을 마련하고, 국내생산 필수 의약품 정부조달 우선구매제도를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나아가 조세특례제한법상 원료의약품의 세제혜택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밖에 공급처를 다변화하거나 자급화할 경우 약가 우대 또는 제조시설 지원 등의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AI 신약개발 가속화 사업 구축 = 국내 AI 신약개발 기술은 미국 대비 74% 수준으로, 약 5년의 기술격차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의 50개 이상 AI 신약개발 전문기업이 역량을 발휘하고 있으나, 데이터-전문인력-컴퓨팅 자원 등 인프라 부족으로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 한계가 있다는 진단이다.
이에 제약바이오협회는 연합삭습을 확장하고 협력형 AI 신약개발 가속화 사업(AIDA)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존 ‘K-MELLODDY 사업’의 개념을 확장, 국가차원의 데이터 기반 오픈이노베이션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약개발 빅데이터 플랫폼 개발 = 제약바이오협회는 국가 차원의 ‘바이오 R&D 공공데이터’를 신약개발 분야별 목적에 맞게 수집하고, 산업계가 접근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신약개발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여기에 더해 ‘AI기반 지능형 자율실험실 최적화 모델’을 개발해 양질의 신약개발 목적 실험데이터를 생산, 축적할 것을 주문했다.
◆AI-바이오 전문인재 양성 = 현재 정부는 ‘인공지능(AI) 활용 신약개발 교육·홍보 사업’을 진행 중이다. 제약바이오협회는 이를 확대해 산업계와 대학이 공동으로 인재를 배출하는 ‘AI신약개발 산학 협력형 융합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개발할 것을 제안했다. 이 프로그램이 구축될 경우 국내 AI 인재 수급난이 크게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계 주도 첨단산업아카데미 지정 운영 = 제약바이오협회는 산업계가 주도하는 ‘제약바이오 첨단산업아카데미’를 지정 운영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산업계 대표기관이 정부·산업·학계를 조정하며, 실질적인 교육-취업 연계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인재 공급 시스템을 구축하고, 미래 신기술 수요에 대비해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D 비율에 따른 약가인하 감면분 재투자 = 제약바이오협회는 사용량-약가 연동 협상, 실거래가 약가 인하 등 약가 사후관리 제도가 중복적·분절적으로 운영된다고 지적했다. 약가인하 리스크가 수시로 발생하며, 이로 인해 기업의 R&D 투자여력이 줄어드는 등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약가인하 시 R&D 투자 비율에 따른 감면 확대 등의 보상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약가인하 감면 비용분을 연구개발에 재투자해 신약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구체적으로는 벨기에에서 운영 중인 ‘R&D 유인형 약가 인센티브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예측가능한 약가 로드맵 구축 = 제약바이오협회는 균형잡힌 사후관리 정책으로 직관적이고 예측 가능한 장기 로드맵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절적인 사후관리 제도를 합리화하고, 약가인하 시행 일정을 통합해 제약업계의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소아의약품이나 희귀의약품에 한해서는 사후관리 제도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생산이 어렵고 수익성이 낮은 소아용·희귀질환 의약품에 대해서는 약가우대·사후관리 선별에서 제외하자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