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바이오, 5거래일 연속 하한가...신약 임상실패·관리종목 지정 이중고
성장성 특례 1호 셀리버리 상폐...바이오기업, 신약 악재로 주가 하락 속출
대형제약사들, 신약 권리반환 악재에도 주가 회복세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브릿지바이오테라뷰틱스가 5거래일 연속 주가가 하한가로 직행했다. 신약 개발 임상 실패 여파로 단숨에 시가총액이 80% 이상 쪼그라들었다. 관리종목 지정으로 상장 폐지 우려가 제기되면서 주가 하락세는 더욱 깊어졌다. 최근 들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신약 개발 성과 부진으로 상장 폐지되거나 주가가 급변하는 현상이 반복됐다.
브릿지바이오, 5거래일 연속 하한가...주가 83%↓·시총 3884억↓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브릿지바이오는 지난 21일 종가 1515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가격 제한폭(29.9%)까지 떨어졌다. 브릿지바이오는 지난 15일 주가가 전 거래일보다 29.9% 하락한 이후 5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지난 14일 종가 8960원에서 5거래일만에 주가가 83.1% 쪼그라들었다. 이 기간에 시가총액은 4674억원에서 790억원으로 3884억원 증발했다.
▲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시가총액 추이(단위: 억원, 자료: 한국거래소)
신약 임상 실패 소식에 주가 급락세가 계속됐다.
브릿지바이오는 지난 14일 특발성 폐섬유증(IPF) 치료제 후보물질 'BBT-877' 다국가 임상 2상 탑라인(주요 지표) 데이터 분석 결과 1차 평가지표인 24주차 강제 폐활량(FVC) 변화에서 유의미한 개선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BBT-877 임상 2상은 IPF 환자를 대상으로 약물의 유효성과 안전성, 내약성을 평가하기 위해 한국, 미국, 호주, 폴란드, 이스라엘 등 5개국에서 진행됐다. 총 129명의 환자가 참여했다. 연구 결과 FVC 변화가 약물군과 위약군 모두에서 관찰됐으나, 두 군 간 통계적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IPF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섬유 조직이 과도하게 생성되면서 폐가 딱딱하게 굳어가는 질환이다. 진단 후 5년 생존율이 40% 미만인 희소질환이다. 2023년 기준 전 세계 IPF 환자 수는 약 30만명에서 50만명으로 추정된다. 이 중 미국에만 약 10만명 이상 환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BT-877은 오토택신 저해제다. 오토택신은 우리 몸에서 지방 신호물질로 알려진 리소포스파티드산(LPA)을 생성하는 일종의 효소 단백질이다. LPA가 몸에서 과도하게 만들어지면 섬유화가 진행된다. BBT-877는 오토택신을 선택적으로 저해해 섬유화를 막는 효과를 낸다.
BBT-877은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협업을 기반으로 다국적제약사에 기술이전됐지만 권리가 반환된 신약 후보물질이다.
브릿지바이오는 2017년 5월 리가켐바이오로부터 BBT-877에 대한 전 세계 독점실시권을 획득했다. 계약에는 브릿지바이오가 기술수출을 달성할 경우 이후 개발·판매 과정에서 단계별로 발생하는 모든 수익 중 45%를 리가켐바이오와 배분하는 조건이 달렸다.
브릿지바이오는 2019년 7월 BBT-877을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이전했다. 총 계약 규모는 최대 11억 유로에 달한다. 브릿지바이오는 BBT-877의 기술수출로 반환의무가 없는 계약금단기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으로 4500만유로를 받았다. 브릿지바이오는 2019년 말 BBT-877 임상 1상 완료에 따라 약 50억원을 마일스톤 수익분배금 명목으로 리가켐바이오에 지급했다.
지난 2021년 11월 베링거인겔하임은 BBT-877의 권리를 반환했다. 당시 브릿지바이오는 “이번 결정은 BBT-877의 잠재적 독성 우려에 관한 베링거인겔하임의 내부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으로 자체적으로 보충 연구와 추가 자료 분석을 통해서 후기 임상 개시를 위한 준비 및 FDA와의 협의 일정을 논의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후 브릿지바이오는 추가 연구를 통해 자체적으로 개발했지만 임상 2상에서 유효성 입증에 실패했다.
브릿지바이오는 지난 2023년 9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후보물질 ‘BBT-176’과 안저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BBT-212’의 개발을 중단하며 BBT-207의 개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당시 회사 측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자본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회사의 전략적 결정의 일환이다”라면서 시장 가능성이 높은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 BBT-877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후보물질 BBT-207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재원을 확보하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을 내비쳤다.
브릿지바이오의 5거래일 연속 하한가는 국내 바이오기업의 신약 악재 사례와 비교해봐도 유례를 찾기 힘든 하락세다. 지난 2020년 11월9일 BBT-877의 권리 반환 소식이 발표된 이튿날 브릿지바이오의 주가는 전 거래일(1만2220원)보다 2.9%(300원) 떨어지는데 그쳤다.
브릿지바이오는 지난해 12월9일 종가 2660원에서 지난 14일 8960원으로 4개월 만에 3배 이상 상승하며 주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했지만 임상 실패 악재로 5거래일만에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브릿지바이오의 지난 21일 시가총액은 작년 8월7일 545억원을 기록한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브릿지바이오 최대주주 이정규 대표의 보유 주식(422만8930주) 평가액은 64억원으로 지난 14일 379억원에서 1주일만에 315억원 사라졌다.
브릿지바이오가 관리종목 지정으로 상장 폐지 우려가 제기되면서 주가 낙폭은 더욱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브릿지바이오는 지난달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비율 문제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최근 3년간 2회 이상 자기자본 50% 이상의 법차손이 발생해 관리종목 지정사항에 해당됐다.
브릿지바이오는 2023년 자기자본 대비 법차손 비중 200%를 초과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72%를 기록했다. 브릿지바이오의 작년 기준 법차손과 자기자본은 각각 199억원과 276억원이다. 브릿지바이오는 전년보다 법차손 규모를 줄이고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했으나 여전히 관리종목 법차손 요건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브릿지바이오는 지난 2019년 12월 성장성 특례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성장성 특례상장은 기업의 성장 가능성에 높은 가산점을 주는 상장 제도다.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가 기술력과 성장성을 판단해 잠재력이 높다고 추천하면, 상장 요건 중 수익성과 매출 기준이 완화된다.
브릿지바이오는 2026년 감사보고서에서 관리종목 지정 사유 해소가 확인되지 않으면 상장폐지 심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이정규 대표는 지난 21일 홈페이지에 ‘주주 여러분께 드리는 대표이사의 글’을 게재하고 상장폐지 가능성에 대해 “경영권에 연연하지 않고, 상장사로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국내 제약사, 해외 제약사와 접촉 및 미팅을 통해 전략적 제휴 및 재무적 투자 유치를 적극 추진하겠다”라면서 “연내 상장 유지를 충족할 규모의 자본조달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BBT-877에 대한 실망과 함께 현재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는 상황 때문에 과도한 매도세가 있었으나, 현 상황을 극복하고 상장기업으로서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을 다시 한 번 약속드린다”라고 호소했다.
성장성 특례상장 1호 셀리버리 상폐...대형제약, 신약 권리반환 악재에도 주가 견고
공교롭게도 성장성 특례 상장 1호 셀리버리가 상장폐지 철퇴를 맞았다. 셀리버리는 지난 2월 25일부터 3월 6일까지 상장폐지를 위한 정리매매가 진행되면서 국내 증시에서 퇴출됐다. 상장폐지 사유는 감사범위 제한 및 계속기업 가정 불확실성에 따른 감사의견 거절이다.
지난 2014년 설립된 셀리버리는 단백질 소재 바이오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벤처다. 셀리버리는 약물을 세포에 전달하는 기술인 '약리물질 생체 내 전송기술(TSDT)'로 잠재력을 보증받고 2018년 11월 성장성 특례상장 1호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 셀리버리 시가총액 추이(단위: 억원, 자료: 한국거래소)
셀리버리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기대감에 주가가 급등했다. 셀리버리는 지난 2020년 1월 2일 시가총액 4848억원을 형성했는데 7개월 만인 8월 13일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 2021년 1월 28일에는 시가총액이 3조1423억원으로 치솟았다.
하지만 셀리버리가 뚜렷한 R&D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주가는 내리막을 걸었다. 지난 2021년 9월 27일 셀리버리의 시가총액이 1조 아래로 떨어졌고 2023년 3월 23일 2443억원의 시가총액을 기록한 이후 2년 가량 거래가 정지됐다. 셀리버리의 상장폐지 결정 전 시가총액은 최고점을 기록한 4년 전과 비교하면 92.2% 쪼그라들었다.
다만 셀리버리는 브릿지바이오와 같이 주가가 급격하게 하락하지는 않았다. 셀리버리는 주식 거래 정지 전날인 2023년 3월 23일 1번의 하한가를 기록한 바 있다.
올해 들어 유한양행, 대웅제약, 한올바이오파마 등이 기술수출 신약의 권리 반환 악재가 겪었지만 주가 하락 폭은 크지 않았다.
유한양행은 지난달 7일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수출한 이중작용항체 신약 YH25724의 기술이전 해지와 권리반환을 통보받았다.
지난 2019년 7월 유한양행은 베링거인겔하임과 YH25724의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YH25724의 기술수출 계약 규모는 총 8억7000만달러, 계약금은 4000만달러로 책정됐다. YH25724는 GLP-1 단백질과 FGF21 인자를 동시에 타깃하는 이중작용제로 전임상시험 단계에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유한양행은 YH25724 권리 반환 사실이 공개된 지난달 7일 주가가 전 거래일보다 4.7% 떨어졌지만 이튿날 1.4% 상승하며 주가 하락세가 이어지지 않았다.
대웅제약은 지난달 28일 중국 CS파마슈티컬즈가 섬유증질환치료제 ‘베르시포로신’의 기술수출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의향을 통보했다고 공시했다. 대웅제약은 지난 2023년 1월 CS파마슈티컬즈와 베르시포르신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CS파마슈티컬즈가 홍콩, 마카오, 대만을 포함한 중국 내 베르시포로신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갖는 내용이다.
베르시포로신은 대웅제약이 혁신 신약(First-in-class)으로 개발 중인 섬유증 치료제다. 콜라겐 생성에 영향을 주는 PRS 단백질의 작용을 감소시켜 섬유증의 원인이 되는 콜라겐의 과도한 생성을 억제하는 기전을 갖는다. 대웅제약은 3월 28일 주가가 전 거래일보다 2.4% 떨어지는데 그쳤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지난달 27일 중국 하버바이오메드에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HL161'(바토클리맙)의 기술수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에 따라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 절차가 개시됐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지난 2017년 하버바이오메드에 바토클리맙을 기술수출했다. 당시 한올바이오파마는 바토클리맙과 안구건조증 치료제 'HL036'(탄파너셉트)에 대한 대만, 홍콩, 마카오를 포함한 중화권의 독점적 개발과 사업권을 총 8100만달러 규모로 하버바이오메드에 넘겼다.
바토클리맙은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는 항체 신약이다. 면역글로불린G(IgG)의 방어수용체인 Fc 수용체(FcRn)을 표적으로 삼는 신약 후보물질이다. 상피세포에 존재하는 FcRn의 활동을 저해함으로써 자가면역질환의 근본 원인이 되는 자가면역 IgG를 감소시키는 기전이다.
한올바이오파마는 공시를 통해 "계약에 따라 하버바이오메드가 중화권 지역 내 바토클리맙의 여러 적응증 개발과 상업화를 위한 합리적인 노력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라며 반환 요구 배경을 설명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지난달 27일과 28일 주가 하락률이 각각 1.7%에 그쳤다.
유한양행, 대웅제약, 한올바이오파마 등은 권리 반환 과제 이외에도 다수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한데다 상장 폐지 가능성이 없어 주가 하락폭이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HLB가 신약의 미국 입성 불발로 큰 폭의 주가 하락을 겪었다. HLB는 지난달 21일 간암신약 리보세라닙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품국(FDA)이 보완요청서(CRL)를 발급했다고 밝혔다. CRL은 지적 사항을 보완해 다시 NDA를 다시 제출하라는 통지서다.
회사 측은 “FDA의 CRL에 담긴 보완요청사유는 캄렐리주맙 공장 CMC(제조품질관리) 지적사항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리보세라닙은 종양 내 신생혈관 형성에 관여하는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VEGFR2) 억제제 계열 표적항암제다.
HLB는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을 간암 1차 치료제로 FDA 품목허가(NDA)를 신청했지만 지난해 5월 보완요구서한(CRL)을 수령했고 또 다시 미국 시장 진출이 불발됐다. 지난달 21일 HLB는 하한가를 기록하며 시가총액이 하루 새 2조6147억원 증발했다. 하지만 HLB는 24일 주가가 15.5% 상승하며 회복세를 되찾았다. HLB생명과학도 FDA 허가 불발이 발표된 지난달 21일 하한가로 직행했지만 다음 거래일인 지난달 24일에는 17.4% 상승 반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