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 처방 전년비 2% 감소...5년새 53%↑
중소·중견제약사 가파른 성장세...일부 제품 시장 철수 반사이익
대웅바이오·종근당, 1천억대 양강체제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뇌기능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콜린제제) 처방 시장 성장세가 주춤했다. 지난 몇 년간 지속된 고성장에 따른 기저효과로 상승세가 한풀 꺾였지만 여전히 6000억원 규모의 대형 시장을 형성했다.
중소·중견제약사들을 중심으로 콜린제제 처방액이 급변하며 시장 판도가 크게 요동쳤다. 콜린제제의 임상재평가 실패를 대비해 시장 철수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제약사들의 희비도 크게 엇갈린 것으로 분석된다.
2일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콜린제제의 외래 처방금액은 6123억원으로 전년대비 1.7% 감소했다. 콜린제제 처방 시장은 2019년 4009억원에서 2023년 6226억원으로 4년새 55.3% 확대됐지만 지난해에는 성장세가 주춤했다. 하지만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처방금액을 기록하며 단일 성분으로는 초대형 시장을 형성 중이다. 작년 콜린제제의 처방 시장 규모는 5년 전과 비교하면 52.7% 확대됐다.
콜린제제가 지난 몇 년간 지속된 가파른 상승세에 따른 기저효과로 상승세가 한풀 꺾인 것으로 분석된다.
효능 논란의 장기화도 성장세 주춤의 요인으로 지목된다. 콜린제제는 효능 논란이 불거지자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을 위한 임상재평가가 진행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0년 6월 콜린제제 보유 업체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제약사 57곳이 재평가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당초 콜린제제는 ▲뇌혈관 결손에 의한 2차 증상 및 변성 또는 퇴행성 뇌기질성 정신증후군 ▲감정 및 행동변화 ▲노인성 가성우울증 등 3개의 적응증을 보유했다. 임상재평가 추진 과정에서 3개 적응증 중 ‘뇌혈관결손에 의한 2차 증상 및 변성 또는 퇴행성 뇌기질성 정신증후군’을 제외한 나머지 적응증 2개는 삭제됐다.
콜린제제는 효능 논란에 이어 급여축소 위기에 놓인 상태다. 보건복지부는 2020년 8월 치매 진단을 받지 않은 환자가 콜린제제를 사용할 경우 약값 부담률은 30%에서 80%로 올라가는 내용의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일부 개정고시를 발령했다.
제약사들은 대웅바이오와 종근당 주도로 2개 그룹으로 나눠 고시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2022년 1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종근당 그룹은 2심에서도 지난해 5월 패소 판결을 받았다. 다만 제약사들이 청구한 집행정지가 모두 인용되면서 급여 축소 시행은 보류 중이다.
주요 콜린제제의 처방액을 보면 대웅바이오와 종근당이 견고한 양강체제를 이어갔다.
대웅바이오의 글리아타민의 작년 처방액은 1597억원으로 전년대비 3.3% 늘었다. 글리아타민은 2019년 처방액 953억원에서 지난 5년간 67.7% 확대됐다. 글리아타민은 2020년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섰고 지난해까지 5년 연속 1000억원 이상의 처방액을 기록했다.
종근당의 종근당글리아티린은 지난해 처방금액이 1213억원으로 전년보다 8.5% 증가했다. 2019년 771억원과 비교하면 5년 동안 57.4% 늘었다. 종근당글리아티린은 3년 연속 1000억원 이상의 처방액을 나타냈다.
글리아타민과 종근당글리아티린의 작년 처방액은 총 2810억원으로 전체 콜린제제 시장의 45.9%를 차지했다. 글리아타민과 종근당글리아티린의 점유율은 2020년 40.1%를 기록한 매년 상승하며 45%를 넘어섰다.
최근에는 중견·중소제약사들을 중심으로 콜린제제의 처방액 변동 폭이 크다는 점이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동구바이오제약의 콜린제제 글리포스는 작년 처방액이 232억원으로 전년대비 29.2% 늘었다. 글리포스는 지난 2020년 처방액이 38억원에 불과했는데 이듬해 104억원으로 175.1% 수직상승했고 매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글리포스의 작년 처방액은 4년 전에 비해 6배 이상 치솟았다.
비보존제약은 지난 2023년 콜린제제 콜린세레이트와 비보존콜린알포세레이트의 처방액이 총 51억원에 불과했는데 지난해 187억원으로 270.4% 확대됐다. 콜린세레이트는 정제 형태며 비보존콜린알포세레이트는 캡슐이다.
코스맥스파마의 콜린맥스는 작년 처방실적이 전년보다 31.4% 증가한 147억원을 나타냈다. 콜린맥스는 2021년 63억원의 첫 처방실적이 발생했고 3년 동안 2배 이상 뛰었다.
마더스제약의 콜린제제 메모엠과 메모릴엠은 2023년 처방액 45억원에서 1년 만에 119억원으로 164.5% 확대됐다. 국제약품은 지난해 콜린제제의 처방액이 108억원으로 전년대비 95.5% 늘었다. 경동제약, 동광제약 등은 전년대비 20% 이상의 처방실적을 냈다.
콜린제제의 임상재평가 착수 이후 시장 철수 제품이 속출하면서 처방액이 급증한 제품들이 속속 등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식약처에 따르면 국내 허가받은 이력이 있는 콜린제제는 총 278개 품목으로 집계됐다. 이중 134개 품목이 허가 취하나 취소 등의 이유로 시장에서 철수했다. 당초 식약처는 총 134개사를 대상으로 콜린제제의 임상재평가를 지시했는데 77개사가 재평가를 포기하면서 무더기 시장 철수가 발생했다.
시장에서 사라진 제품의 콜린제제의 빈 자리를 다른 제품이 대체하면서 단기간에 높은 성장세를 기록한 제품들이 속출한 셈이다. 영업대행업체(CSO)를 활용하는 업체들이 시장에서 철수한 콜린제제의 처방을 다른 제약사의 제품으로 전환하면서 반사이익을 본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최근 주요 콜린제제의 처방액 급증과 급감은 환수협상 명령도 연관있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2020년 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콜린제제를 보유한 업체들에 '임상시험에 실패할 경우 처방액을 반환하라‘는 내용의 요양급여계약을 명령했다. 협상 명령 8개월만에 제약사들은 콜린제제의 재평가 임상 실패로 최종적으로 적응증이 삭제될 경우 임상시험 계획서를 승인받은 날부터 삭제일까지 처방액의 20%를 건보공단에 돌려주겠다고 합의했다.
콜린제제의 환수협상은 건보공단과 개별 제약사와의 합의를 통해 체결됨에 따라 업체 간 내용이 상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방액 대비 20%의 환수율은 공통적으로 적용하면서 시기별 환수율은 다르게 합의한 사례도 있다. 상당수 업체들은 환수율을 점차적으로 커지는 구조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예를 들어 콜린제제의 임상재평가 실패 시 환수율을 올해 10%로 설정하고 5년 뒤에는 30%로 적용하는 합의 내용도 가능하다. 콜린제제의 처방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어 환수율을 점차적으로 높인 업체는 시장 성장에 환수금액이 기하급수로 확대될 수 있다.
제약사 입장에선 콜린제제의 시장 규모가 확대될수록 향후 임상재평가 실패에 따른 환수금액도 커지는 리스크가 불안 요소다. 이런 이유로 재평가 임상시험이 종료되지 않았는데도 향후 환수액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해 시장 철수를 고민하는 업체가 확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콜린제제의 처방실적이 크지 않은 일부 업체들이 시장 철수를 결정하면서 또 다른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보는 현상이 펼쳐지고 있다는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