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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물질부터 FDA까지...'렉라자' 3번의 결정적 순간
김진구 기자 2025-01-20 12:09:06
오세웅 유한양행 부사장, 개발 과정 소개

후보물질 도입 때 '24시간 기술실사' 주문…국내서 초기임상 진행하며 속도↑

글로벌 파트너 얀센 만나 FDA 승인까지 쾌속 진행…"글로벌 3상 노하우 확보"

 ▲ 렉라자 제품사진
[데일리팜=김진구 기자] 글로벌 신약 하나가 개발되기까지 대개 10년 내외의 시간이 걸린다. 유한양행 렉라자(레이저티닙)도 마찬가지다.

제노스코가 후보물질 개발에 착수한 2013년부터 지난해 8월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아미반타맙 병용요법으로 승인을 받기까지 10년 넘는 세월이 흘렀다.

이 기간은 수많은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오세웅 유한양행 부사장은 20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발간한 정책보고서를 통해 '유한양행 렉라자의 기술수출부터 FDA 승인까지' 전 과정을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렉라자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기까지 최소 3번의 결정적 순간이 있었다.

미국에서 전해진 주문 "24시간 내 후보물질 기술실사 마무리하라"

렉라자는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제노스코에서 비롯됐다. 2013년 고종성 제노스코 대표는 EGFR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3세대 약물에 초점을 맞췄다.

후보물질 디자인 단계부터 고 대표는 국내외 폐암 권위자들과 소통했다. 그는 실제 임상현장에 어떤 약물이 필요한지, 후발주자로 개발 경쟁에 뛰어든 상황에서 차별화할 수 있는 점은 무엇인지 직접 자문을 받았다. 조병철 세브란스병원 교수, 안명주 삼성서울병원 교수, 이재철 서울아산병원 교수와 해외 폐암 전문의들이 그의 질문에 답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뇌 전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답했다.

당시만하더라도 폐암 표적치료제로는 1·2세대 약물이 전부였다. 1·2세대 약물의 경우 뇌전이가 가장 큰 문제로 꼽혔다. 최초 진단 시엔 환자 4명 중 1명(25%)에서, 치료 3년 시점엔 환자 절반에서 암 조직이 뇌로 전이됐다.

문제는 '뇌혈관장벽(Blood-Brain Barrier, BBB)이었다. 일반 장기와 달리 뇌에는 병원체나 독소로부터 뇌를 보호하기 위한 뇌혈관장벽이 있어, 약물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기존 1·2세대 약물은 뇌전이 환자에서 치료 효과가 불량했다.

 ▲ 폐암에서 뇌전이 발생률

이에 제노스코에선 후보물질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를 '뇌혈관장벽 투과'로 세웠다. 물론 3세대 약물로서 1·2세대 약물 대비 ▲우수한 돌연변이 활성 ▲높은 EGFR 야행성과 Off-Target 선택성 ▲우수한 약물성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했다.

수많은 후보물질이 도출됐다. 결국 2015년 동물모델에서의 항암효능을 토대로 'GNS-1480'이란 이름의 후보물질이 최종 선택됐다. 제노스코는 GNS-1480을 한국제약사에 기술이전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여러 제약사와 논의가 이어졌다. 유한양행도 그중 하나였다. 당시 유한양행은 내부적으로 '꽤 괜찮은 후보물질' 정도로 일차 평가를 완료한 상태였다.

그해 7월 미국 출장 중이던 당시 남수연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장으로부터 긴급한 연락이 왔다. 제노스코가 e-room을 오픈할 예정이니, 24시간 내에 기술실사를 마무리하라는 미션이 주어졌다. 본격 개발 전이라 데이터가 많지 않았다. 오세웅 부사장은 "수많은 기술실사 경험 중 가장 짧은 시간에 실사를 마무리했던 경험"이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기술실사 의견은 긍정적이었다. 결국 그해 8월 유한양행은 제노스코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유한양행은 본격적으로 개발에 뛰어들었다. 후보물질에는 'YH25448'이란 새로운 이름이 붙었다.

'국내임상 vs 글로벌임상' 두 가지 갈림길…'빠른 개발' 위한 도전적 선택

유한양행은 YH25448을 도입하면서 '빠른 개발'을 최우선 목표로 세웠다.

이미 유한양행에 앞서 글로벌에선 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노바티스·아스텔라스가, 국내에선 한미약품이 3세대 폐암 표적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들 대부분은 중·후기 개발 단계였다. YH25448의 효과가 아무리 우수하더라도, 전임상시험도 완료하지 못한 약물로는 이들과 경쟁하기 매우 어렵다는 게 유한양행의 판단이었다.

임상단계 진입에 더욱 속도를 붙였다. 유리염기 형태가 아니라, 메실산염 형태로 약물을 변경했다. 동물모델 효능시험과 약동력학시험, 독성시험, 임상시험약 생산 등 IND 제출과 임상시험 준비를 빠르게 마쳤다.

이어 유한양행은 갈림길 앞에 섰다.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국내 임상에 나설지, 아니면 시간은 좀 걸리더라도 글로벌 임상에 나설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결국 유한양행은 국내 임상을 선택했다. 마침내 2016년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1/2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국내임상만으로 충분하다는 판단의 배경엔 두 가지가 있었다. 우선 국내에도 다양한 폐암 표적치료제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 세계적인 수준의 전문의가 포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임상시험에 참여할 환자가 충분하다는 점도 근거로 작용했다. 결국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글로벌 임상보다 빠르게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오세웅 부사장은 "돌이켜보면 렉라자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임상연구진의 관심과 애정이었다"며 "나쁜 약물은 없다, 나쁜 임상개발만 있을 뿐이라는 말처럼 국내 임상기술의 수준과 경험이 충분한 적응증이라면 초기임상은 국내에서 진행하는 것을 고려할만 하다"고 설명했다.

모두가 주저하던 레이저티닙…글로벌 파트너사로 얀센과 손 잡아

1/2상 시험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회사는 약물 일반명을 사내 공모했다. '라자루티닙(Lazarutinib)'을 포함해 6개가 후보로 선정됐다. 그러나 2016년 11월 WHO(세계보건기구)가 6개 이름 모두 결격사유가 있다고 부적절 결정을 내렸다. 대신 심사관들은 '레이저티닙(Lazertinib)'이란 이름을 제안했다. 유한양행은 오히려 좋다고 판단했다. 결국 2018년 정식 국제일반명(INN)으로 레이저티닙이 WHO에 등재됐다.

이어 유한양행의 다음 목표가 결정됐다.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이었다. 임상에서 기대했던 효능과 안전성을 근거로 여러 회사를 물색했다.

문제는 경쟁약물이었다. 이즈음 아스트라제네카 '타그리소(오시머티닙)'가 미 FDA로부터 승인을 받은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2015년 말 타그리소의 2차 치료제로서 조건부 승인을, 2017년 3월 최종 승인을 획득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타그리소가 이미 승인받은 마당에 후발 약물인 레이저티닙의 후기 임상에 나서길 주저했다. 오세웅 부사장은 "다수 제약사가 관심은 보이면서도 선뜻 기술이전엔 나서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때 얀센바이오테크(존슨앤드존슨의 제약사업부)가 나타났다. 마침 얀센은 '아미반타맙'이라는 이름으로 EGFR과 cMET 수용체에 작용하는 이중항체 약물 초기 임상을 진행 중이었다.

약물 기전상 레이저티닙과 아미반타맙은 시너지가 예상됐다. 레이저티닙은 EGFR 돌연변이 암세포의 '세포 내'에 작용하고, 아미반타맙은 '세포표면 수용체'에 작용한다는 점에서 두 약물을 병용투여하면 항암효능이 극대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러한 이해관계가 적절히 들어맞아, 결국 양사는 2018년 11월 총액 1조4000억원에 달하는 라이선싱·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이 결정은 렉라자의 글로벌 상용화에 날개를 달았다. 아미반타맙과 병용요법으로 FDA 패스트트랙에 탑승했다. 얀센은 두 약물의 다양한 용량·적응증에서 병용요법의 안전성과 효능을 확인하고자 했다. 특히 1상으로는 큰 규모의 임상시험을 거쳐 과감하게 2상 시험을 생략했다. 대신 2020년 말 대규모 3상 시험에 착수했다. 3상 시험에는 '마리포사(MARIPOSA)'라는 이름이 붙었다.

2021년 국내 허가 이어 2024년 미 FDA 승인까지…렉라자, 글로벌 무대로

국내에서 허가가 먼저 나왔다. 2021년 식약처는 폐암 2차 치료제이자, 국산 31호 신약으로 렉라자를 허가했다.

유한양행은 이와 별개로 렉라자 단독요법 허가를 위한 글로벌 임상에 독자적으로 나섰다. 임상은 한국을 비롯한 13개국에서 비소세포폐암 환자 39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대조약물인 게피티닙 대비 무진행생존기간을 현저하게 연장(9.7개월 대 20.6개월)한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이를 토대로 2023년엔 식약처로부터 1차 치료제로 적응증 확대 허가를 받았다.

얀센이 진행한 레이저티닙·아미반타맙 병용 임상3상도 성공적으로 완료됐다. 2023년 유럽임상종양학회(ESMO)에선 그 결과가 발표됐다. 경쟁약물이자 대조약물인 오시머티닙과 비교해 무진행생존기간을 16.6개월 대비 23.7개월 연정시킨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2024년 8월 미 FDA가 레이저티닙·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을 허가했다. 현지에선 렉라자가 아닌 라즈크루즈라는 제품명으로 발매됐다. 렉라자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일본, 중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허가·시판이 예정돼 있다.

 ▲ 렉라자 연구개발 과정

오세웅 부사장은 "차별성이 있는 똑똑한 약물, 뚜렷한 임상개발 전략, 빠른 실행, 참여자들과 열정, 신뢰 기반의 리더십 등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선 많은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을 렉라자 개발 과정에서 배웠다"고 강조했다.

오 부사장은 "얀센과 파트너십을 통해 글로벌 3상과 CMC(Chemistry, Manufacturing & Control), 규제과학 등 다양한 노하우를 확보한 점은 약물개발 성공과 더불어 억은 무형의 자산"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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