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스페셜] 마스크·손소독 생활화·가림막 설치까지…자체 방역 강화
약국 내 약·드링크 복용도 금지·…환자 응대방식도 변화
약사 오프라인 모임 줄어…개인 시간에 집중하는 약사들
[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세계적인 감염병 대유행 함께 찾아온 코로나 블루. 약사도 예외는 아니다. 보건의료기관으로서 1차 방역의 관문이자 매일 환자를 대면하는 약사들은 그 정도가 더 심할 수밖에 없다.
전 세계를 뒤덮은 코로나는 약국의 환경과 약사들의 생활을 많이도 바꿔 놨다. 방역에 대한 약사들의 기본적인 인식은 물론이고 그에 따른 대처도 달라졌다.
적당한 타협도 방심도 허용될 수 없는 상황에서 일선 약국은 그 어느 때 보다 더 방역 관리와 감염병 예방에 철저해져야 했고, 약사들은 뜻하지 않게 개인적인 시간이 많아졌다.
온 국민이, 그리고 약국, 약사들이 코로나 시대를 맞은 지 어느새 300일. 약사들은 어떤 모습으로 달라진 오늘을 살고 있을까.
KF마스크·손 소독 일상...위생·방역 개념 강화
코로나를 맞기 전과 후 약국의 가장 달라진 풍경을 꼽자면 단연 마스크일 것이다. 약국은 코로나 시대가 시작되면서부터 마스크에 울고 웃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적마스크 제도 참여를 차치하고라도 약사들은 코로나19 시작과 함께 마스크 착용이 일상이 됐다. 적게는 반나절, 길게는 하루를 꼬박 약국 안에서 보내는 약사들은 잠시도 마스크를 벗을 수 없는 형편이다.
환자의 방문이 많은데다 코로나19 확진자 방문이 잦은 일선 약국 약사들로서는 일회용이나 비말차단 마스크 착용도 허용되지 않는다. 약국 안에서 근무하는 동안은 대부분의 약사가 KF 마스크 착용을 일상화하고 있다.
▲ 코로나19 이후 약사들은 KF마스크 착용은 일상이 됐고, 약국에서는 가림막이 등장했다.
그렇다 보니 크고 작은 부작용도 발생한다. 하루 10시간 이상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보니 피부가 예민한 약사들은 여드름을 달고 살고, 귀 뒤가 짓무르는 경우도 있다. 코로나19 초기 일부 약사는 마스크를 오래 쓰고도 귀 뒤가 다치지 않는 방법까지 SNS에 공유할 정도였다.
전남 여수의 김성진 약사는 “마스크를 하루종일 쓰고 있다 보니 얼굴에 트러블이 나는 건 기본이고 귀가 짓무르기도 한다”면서 “궁여지책으로 인터넷을 보다 발견한 믹스 커피 박스 손잡이를 마스크에 연결해 활용하는 방법도 활용해 봤다”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의 김현익 약사도 “KF94 마스크를 하루 10시간 이상 착용하고 나면 그야말로 녹초가 된다. 마스크 닿는 주변으로 여드름 나는 것은 기본”이라며 “가끔은 머리도 아프고 집중력도 떨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 오랜 마스크 착용으로 귀 뒤가 짓무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커피믹스 박스 손잡이를 활용해 마스크 줄을 연결한 약사의 모습.
마스크 착용과 함께 이제 약사, 직원들의 손 소독도 생활화 된 부분 중 하나다. 손뿐만 아니라 일회용 장갑을 착용하거나 고객의 손이 닿는 부분을 수시로 소독하는 약국도 있다.
서울 구로의 노수진 약사(구로구약사회장)는 “일선 약국에서는 약사들이 처방전 접수와 조제, 수납까지 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손 소독을 한다면 손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라며 “그래서 일회용 장갑을 활용하고 있다. 이전에는 장갑이 클린조제의 대명사 정도로 여겨졌다면 코로나 시대에는 위생, 방역을 위한 하나의 장치 정도로 여겨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현익 약사는 “신용카드나 돈을 받을 때 마다 손 소독을 하는데 하루 평균 200번을 넘게 하는 것 같다”면서 “또 틈이 날 때 마다 출입구 등 고객들의 손이 많이 닿는 곳은 소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약 복용 안 됩니다”…환자 응대 방식에도 변화가
약국들의 환자 응대 방식도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위생, 방역 강화를 위해 일정 부분 달라진 양상을 띈다.
가장 큰 특징은 그간 약국에서 일명 ‘서비스’ 측면에서 이해되거나 용인돼 왔던 부분들이 위생, 방역이 강화되면서 제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약국에서 환자들이 막 조제 받았거나 구입한 약을 그 자리에서 복용하는 것은 일상이었다. 드링크제는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그렇다 보니 대다수 약국은 약을 복용할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하거나 환자 대기 공간에 정수기 설치는 약국의 기본 풍경이었다.
여기에 일부 약국은 대기 시간에 커피나 차를 마실 수 있도록 자판기를 설치하기도 했다.
▲ 약국에서 약 복용을 제지하기 위해 정수기 사용을 금지하거나 막아놓는 약국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와 함께 약국에서의 약 복용은 약사나 직원이 당당하게 제지할 수 있는 부분 중 하나가 됐다. 이전에는 혹여나 야박한 약국이란 소리를 들을 수 있었지만, 코로나 이후 환자들의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는 게 약사들의 말이다.
노수진 약사 “코로나 이후 약국 안에서 약을 복용하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변화 중 하나일 것이다. 정수기, 자판기를 막는 약국이 적지 않다”면서 “그간 약이나 드링크 복용은 당연하게 여겨졌지만 뒷처리 등을 생각하면 약사나 직원 입장에서는 불편한 부분이었다. 정서상 제지가 쉽지 않았는데 코로나 이후 고객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노 약사는 “약국은 다른 업종에 비해 약사-환자 간 ‘핸드 투 핸드’가 많았다. 처방전을 받고, 약을 전달하고 돈을 받고, 심지어 단골 환자에게 약 봉투나 드링크 뚜껑을 오픈해 건네주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어르신들은 이런 것을 당연한 서비스라 생각하기도 하지만 코로나 이후 약사들도 조심하고 있고, 환자도 이해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덧붙였다.
교대로 나가거나 약국 문 닫기도…점심시간도 변화가
코로나19는 약국에서 근무하는 약사들의 유일한 휴식 시간인 점심 식사 시간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중소형 약국의 경우 약국의 업무 특성상 인근 병의원 점심시간에 맞춰 약국 조제실 등 한켠에서 약사와 직원이 함께 도시락이나 배달 음식으로 점심식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약국에서 마스크를 벗는 게 쉽지 않아진 만큼 약사와 직원이 일정 시간 동안 교대로 밖에 나가 식사를 하고 오거나 1인 약국의 경우 점심에 1시간 정도 약국 문을 닫는 경우도 많아졌다.
▲ 약국에서 마스크와 더불어 페이스 쉴드를 착용한 약사의 모습.
반면 일부 약국은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는 것이 더 불안할 수 있단 생각에서 약국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 특정 시간에 직원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기도 한다.
김현익 약사는 “이전에는 오히려 밖에 나가서 먹기도 했는데 코로나 이후에 배달음식으로 대체해서 먹고 있다”면서 “점심 시간에 사람이 많이 몰릴 때 식당에 나가서 밥을 먹는게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수진 약사는 “그 전에는 수시로 환자가 들어오다 보니 조제실 한쪽에서 밥을 먹다 환자가 오면 약사나 직원이 일어나 응대하곤 했었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마스크 벗기가 불안한 만큼 약사, 직원이 돌아가며 30분씩 외부에서 식사를 하고 온다. 1인 약국이나 2인 약국은 부득이하게 점심 1시간 문을 닫는 곳도 많아진 것 같다”고 했다.
줄어든 대면 모임…개인·가족과의 시간에 집중
코로나는 약사들의 약국 안의 모습뿐만 아니라 약국 밖의 일상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무엇보다 오프라인, 대면 모임이나 만남이 크게 줄면서 약사들의 삶도 많이 바뀌었다.
약사들은 보건의료인으로서 방역 수칙 준수에 한 발 더 나서야 한다는 생각에서 약국 안에서뿐만 아니라 밖에서까지 더 철저하게 방역 관리와 예방에 힘쓰고 있다.
김성진 약사는 “올해는 약사들 모임이나 스터디 등이 거의 중단됐다. 약사들과 함께 하던 골프 모임도 거의 중단됐다”면서 “그만큼 개인적으로,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 구로구약사회에서는 코로나로 오프라인 모임이 불가능한 상황인 점을 감안해 온라인 소모임 일환으로 랜선 미술관 나들이를 진행하는가 하면 줌 화상을 통한 연수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부산의 김세진 약사는 "약국을 마치고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는 게 가장 큰 행복이었지만 헬스장에서 확진자가 나온 이후는 거의 가지 않고 있다“면서 ”최근 산이나 바다로 캠핑을 가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캠핑장에서도 텐트 안이 아니고선 식사할 때 외에는 마스크를 벗지 않는다. 그나마 야외인 캠핑장에서 자연을 즐기면서 기분을 풀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산의 최지선 약사는 “30년 동안 약사로 일하면서 요즘처럼 집안 일을 많이 하는 때가 있나 싶을 정도”라며 “오프라인 모임이나 회의가 확연히 줄고 여행도 자제하다보니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집을 꾸미고, 안 쓰는 물건들을 기부하거나 팔고, 필요한 가구를 다시 사기도 했다. 요리도 전보다 훨씬 더 많이 하게 된다”고 했다.
최 약사는 "무엇보다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없었을 경험과 시간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