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스페셜]
[불순물공포]②NDMA 검출 의약품 후속조치 논란 확산
국내외 규제당국 "NDMA 발사르탄 유해성 미미"...FDA "라니티딘도 훈제고기 수준"
불순물 유해성 평가·시험방법 논란도 진행형
[데일리팜=천승현·김진구 기자] 불과 1년 만에 불순물 사태가 재현되리라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단순 1회성 사건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경고가 던져졌다. 의약품 안전관리의 새로운 위협이 시작된 것이다.
발사르탄 사태라는 선행사례가 있었지만, 정부를 향한 업계의 불신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과연 정부의 후속조치가 적절했는지를 놓고 신뢰할 수 없다는 기류가 크다.
NDMA의 인체유해성이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데다, 검사법이 여전히 불명확하다는 데서 성급하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또한 정부 대처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과도하고, 불순물 발생으로 인한 손해를 오롯이 업계가 부담해야 한다는 점에서 가혹하다는 불만이 분출되고 있다.
FDA "불순물 라니티딘 훈제고기 수준...인체 유해성 미미"
'NDMA가 인체에 얼마나 유해한가'는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질문이다. 발사르탄도 라니티딘도, 불순물 검출과 판매중단·회수에 이르는 일련의 조치는 '인체 유해성이 있다'는 가정 하에 진행됐다.
그러나 라니티딘에서 검출된 NDMA는 '인체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으로 드러나고 있다.
미 FDA는 "라니티딘에서 검출된 NDMA의 유해성은 구운 고기나 훈제 고기를 먹었을 때 노출되는 수준과 비슷하다"는 내용의 공식 성명을 지난 1일 발표했다.
조만간 식약처의 인체유해성 발표가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로선 미국 FDA의 발표와 별반 다르지 않으리란 예상이다.
지난 발사르탄 사태와 비슷하게 흘러간다는 분석이다. 식약처는 지난해 12월 “NDMA가 검출된 발사르탄 완제의약품을 실제 복용한 환자의 복용량·복용기간을 토대로 조사한 결과, 추가로 암이 발생할 가능성은 무시할 만한 정도의 매우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라고 밝혔다.
최초 발표 때 '10만명 중 8.5명' 수준이었던 추가 발암가능성이 최종 발표 땐 '10만명 중 약 0.5명'으로 줄어든 것이다.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 가이드라인 기준은 10만명 중 1명 이하다. 결국 발사르탄 판매중지의 강력한 근거가 됐던 발암가능성은, 뚜껑을 열고 보니 '기준 미만'이었던 셈이다.
▲ 발사르탄의 중간/최종 발표 비교.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중간발표와 달리 최종발표에선 발암가능성이 낮게 나왔다.
FDA 역시 “니트로사민계 불순물 함유 ARB를 복용한 환자들이 암에 걸릴 가능성은 지난해 발표된 예상치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최근 발표했다.
당초 FDA는 지난해 발사르탄 파동 당시 “NDMA가 함유된 발사르탄 최고용량(320mg)을 4년간 복용할 경우 8000명 중 1명꼴로 암에 걸릴 수 있다”고 추정한 바 있다. FDA는 ARB 계열 모든 약물을 전수조사한 결과 지난해 예상한 유해성보다 낮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FDA 약물평가연구센터의 자넷 우드콕 박사는 "지난해 발표는 최초 회수된 제조단위(batch)를 기준으로 NDMA 함유 발사르탄 320mg을 4년간 매일 복용했다고 가정한 최악의 시나리오다. 실제로는 NDMA 함유 ARB를 처방받은 대부분의 환자들이 예상보다 훨씬 적은 양의 불순물에 노출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두 기관 모두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계산했지만, 실제 드러난 유해성은 이보다 크게 낮았던 것이다. 예상치 못한 사태에 직면한 규제당국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곤 하지만, 업계는 "맥이 풀린다"는 반응을 감추지 못했다.
불순물 유해성 평가 적정성 논란...'최대용량으로 평생 복용' 비현실적 비판
이와 함께 '최대 용량으로 70년간 매일 복용했을 경우'라는 가정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앞서 식약처는 라니티딘의 판매중단 조치를 발표하며 NDMA의 잠정기준치를 함께 제시했다. '하루 96ng(나노그램) 이하'다. 식약처는 "특정 의약품을 최대용량으로 70년간 매일 복용했을 때 10만명 중 1명꼴로 암이 발생할 가능성을 계산해보니, NDMA의 경우 하루 96ng이라는 답이 나왔다"고 설명한다.
하루 96ng이란 기준은 발사르탄과 라니티딘에 똑같이 적용된다. 다만, 이를 농도 단위로 환산하면 발사르탄은 0.3ppm, 라니티딘은 0.16ppm이 된다.
이런 차이는 '최대용량의 차이' 때문이다. 발사르탄은 허가된 최대용량이 320mg인 반면, 라니티딘은 600mg으로 약 2배 많다. 즉, 라니티딘의 최대용량이 2배 많기 때문에 평생 복용할 수 있는 양도 2배로 많고, 이를 반영한 잠정기준치는 1/2 수준이라는 것이 식약처의 설명이다.
그러나 두 약물에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과연 적절하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위염·위궤양 치료제인 라니티딘을 '최대용량'으로 '70년간 매일' 복용하기란 불가능하다는 비판이다. 발사르탄이야 만성질환 치료제로 평생 복용이 가능하지만, 라니티딘은 아무리 길어도 한 달 복용에 그치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 서울의 한 종합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보통 라니티딘 제제는 길어도 일주일치를 처방한다"며 "아무리 심해도 한 달 이상 처방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시험법마다 다른 불순물 검출량...시험법 신뢰성 의구심
논란은 또 있다. 시험법이다. 제품마다 시험법이 다른데다, 같은 시험법으로 같은 제품을 검사해도 검출되는 NDMA의 양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발사르탄은 GC-MS가 권장됐다. 기체를 이용한 크로마토그래피 질량분석법이다. 그러나 라니티딘의 경우 액체를 이용한 LC-MS/MS가 국내에선 공식 권장되고 있다.
▲ 지난달 15일 식약처는 업계 관계자를 대상으로 라니티딘에서 NDMA를 검출하는 시험법을 설명했다.
같은 라니티딘 제제지만, 어떤 방식으로 검사하느냐에 따라 결과 차이는 매우 크다. 앞서 미국 민간연구소 밸리슈어(Valisure)는 "GC로 검사한 결과, 1정당 최대 327만ng이 검출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하루 허용기준치의 최대 2만6000배에 달하는 양이다.
그러나 식약처의 LC를 이용한 조사에선 최대 53.5ppm이 검출됐다. 하루 허용기준치의 334배로 GC방식 시험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다.
GC냐 LC냐의 논란은 '라니티딘의 경우 LC가 낫다'는 쪽으로 결론이 기울고 있다. 식약처는 물론 FDA와 EMA도 LC를 기반으로 한 검사법을 공식 권장한다. GC의 경우 고온가열하는 과정에서 불순물이 추가로 생성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같은 LC로 검사했는데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이는 식약처의 자체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일례로, 인도 닥터레디(Dr. Reddy)의 라니티딘 원료의약품은 불검출부터 27.4ppm까지로 검출량의 편차가 컸다.
▲ 들쭉날쭉한 NDMA 검출결과. 기관별로도 차이가 크지만, 같은 기관이라도 검출량의 스펙트럼이 넓다.
완제의약품도 다르지 않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심지어 같은 제조번호에서도 서로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고 입을 모은다. 일각에선 생산된 지 오래된 제품일수록, 냉장보관이 아닌 상온보관한 제품일수록 검출량이 많은 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경향과 추측일 뿐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다.
이런 이유로 "식약처가 권장한 검사법 자체를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볼멘소리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발사르탄과 라니티딘의 검사법이 달랐다"며 "업체 입장에선 어떤 기준에 맞춰 대비해야할지 혼란스럽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같은 방법으로 같은 제품을 검사했다면 상식적으로 같은 결과가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라니티딘은 동일한 원료에서도 검출량이 달랐다. 식약처 검사방법이 신뢰도가 확보됐는지 의심해 볼 필요도 있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