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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광약품은 왜 자사주 전량을 OCI에 넘겼나
천승현 기자 2018-05-31 12:30:50
[팩트체크]조인트벤처 설립...매년 100억 이상 투입 신약 개발

부광 보유 자사주 100% OCI에 매각..투자재원·의결권 확보 효과


부광약품이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해외 바이오벤처에 이어 국내 대기업과도 손잡았다. 화학∙에너지 전문 기업 OCI와 합작사를 설립하며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했다.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 100%를 OCI를 넘기며 끈끈한 제휴관계의 구축을 천명했다. 우호지분의 의결권 확보로 향후 경영진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효과도 기대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부광약품은 지난 30일 OCI와 제약·바이오 합작투자사업(조인트벤처)를 설립키로 합의했다. 양사는 50대50으로 참여하는 조인트벤처는 신약 후보물질 발굴과 신약개발, 유망벤처 지분 투자 등 신약개발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합작사는 오는 7월 중 설립 예정이며 출자 규모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부광약품 측은 “신약개발 싱크탱크를 확대해 미래 고부가가치 파이프라인 확보에 탄력을 기하겠다”라고 의지를 밝혔다. 양사는 매년 100억원 이상의 연구개발(R&D)비를 투입하겠다는 로드맵도 제시했다.

이번 합작사 설립은 부광약품이 지난 몇 년간 진행한 오픈이노베이션의 일환으로 읽힌다. 부광약품은 미국 멜리어파마슈티컬즈, 덴마크 콘테라파마, 미국 LSK 바이오파트너즈, 일본 스미토모다이닛폰 등과의 지분투자나 전략적 제휴로 신약 개발을 진행 중이다.

실제로 부광약품은 최근 들어 R&D 비용 투자 규모를 대폭 늘려왔다. 지난해 투입한 R&D비용은 303억원으로 5년 전인 2012년(147억원)보다 2배 이상 확대됐다. 같은 기간 매출액의 성장률이 2.2%(1475억원→1507억원)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과감한 투자 행보다. 매출 대비 R&D비용이 차지하는 비율도 2012년 9.9%에서 지난해 20.1%로 껑충 뛰었다.
 ▲ 연도별 부광약품 매출(왼쪽)·연구개발비 현황(단위: 백만원, 자료: 금융감독원)

제약산업 경험이 전무한 OCI와 손잡은 것도 이례적이다. OCI는 태양광산업 관련소재 등 무가화학제품을 비롯해 농약사업, 시약사업 등이 주력사업이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OCI는 반도체급 수준의 초고순도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고순도 정밀 생산 기술력과 경험을 갖췄다”라고 설명했다.

상황에 따라 향후 부광약품에 비해 월등한 OCI의 자금력도 기대할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OCI의 자산 규모는 6조778억원으로 부광약품(2362억원)의 25.7배에 달한다. 작년 OCI의 매출(3조6316억원)과 영업이익(2844억원)은 부광약품(매출 1507억원, 영업이익 77억원)보다 각각 24.1배, 36.9배 많다.

이번 합작사 설립 과정에서 부광약품이 자기주식(자사주) 151만786주(지분율 3.1%)를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를 통해 OCI에 매각했다.

부광약품은 “유동성 및 투자재원 확보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라고 자사주 처분 이유를 설명했다. 자사주 처분 금액으로 합작사 출자와 자체 연구개발에 사용하겠다는 의미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부광약품의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60억원으로 넉넉한 수준이 아니다. 자사주 처분을 통해 새 먹거리 확보를 위한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부광약품이 OCI에 넘긴 151만786주는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 전량이라는 점도 주목할만한 행보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기업들은 임직원 상여금과 성과급 등을 지급하거나 주식 매수 선택권(스톡옵션) 행사, 우리사주조합 무상 출연 등을 대비해 발행 주식 총수 대비 일부 비율의 자사주를 보유한다.

유한양행과 대웅제약이 보유한 자사주 비율은 각각 8.8%, 10.9%에 달한다. 한미약품(0.5%)과 종근당(0.6%)과 같이 자사주 보유 비율이 낮은 업체도 있지만 자사주 보유량을 ‘0’으로 줄이는 것은 좀처럼 보기 힘든 현상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부광약품이 자사주 처분을 통해 경영진의 지배력이 더욱 견고해지는 효과도 기대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외부세력으로 넘어가면 의결권이 되살아난다. OCI가 보유하는 3.1%의 지분율이 부광약품 최대주주 측의 새로운 우호세력으로 편입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부광약품은 최근 주요주주의 반대 의견을 겪은 적이 있다. 부광약품의 주식 251만7338주(지분율 5.67%)를 보유한 김기환 씨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정관 일부 변경, 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임원퇴직금지급규정 승인,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등 주요 안건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하며 최대주주 측에 반기를 들었다.

김기환 씨는 부광약품 창업주 일가와 동업자 관계를 유지한 고 김성률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고 김 명예회장의 동서인 정창수 부광약품 부회장도 11.11%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16.7%를 보유한 주요주주가 현 경영진과 갈등을 빚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 배경이다. 주주총회에서 김기환 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표차로 주요 안건이 통과됐지만 향후 부광약품 측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자사주를 외부에 매각하면서 경영권 방어를 위한 백기사로 활용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지난 2015년 NC소프트는 주요주주인 넥슨이 경영참여를 선언하자 자사주 195만주(8.93%)를 우호세력인 넷마블에 매각했다.

부광약품 측은 자사주 매각에 대해 경영권 방어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아다. 회사 관계자는 “OCI와 끈끈한 제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사주를 매각했다" 면서 "지난 주주총회에서 주요주주의 안건 반대는 회사의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취지일 뿐이다. 현재 동업자 일가들은 아무런 갈등이 없고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천승현 기자 (1000@dailypharm.com)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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