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일본 개국 약사들, 서울 열린약국 체험기

신기한 눈으로 조제실과 투약대 여기저기를 바라보는 약사들. 약대를 갓 졸업한 신입 약사 이야기는 아니다. 이웃나라 일본에선 베테랑으로 통하는 경력 10년 차 약사들이다.

10일 일본 개국 약사들이 국내 약국을 찾았다. 일본 나고야 히마와리 조제전문약국에서 온 약사들은 이날 온전히 하루를 한국 약사로 살았다.

무대는 삼성서울병원 앞에 위치한 열린약국. 이 약국은 매년 청구액 상위권을 놓치지 않는 곳으로도 이름이 나 있다.

일본 약사들이 이곳을 찾은 데는 열린약국의 이병각 약사의 부지런함이 한몫 톡톡히 했다. 이 약사는 매년 일본 드럭스토어 박람회와 약국 관련 세미나, 학술대회 등을 참여하고 있다. 그러던 중 히마와리 약국과 인연이 돼 교류를 약속했다.

올해 처음 도입한 교류 방식은 상대 약국 체험. 일본 약사들이 열린약국에서 하루 체험한 후 한두달 후에는 열린약국 약사들이 일본의 약국을 찾아 그곳의 약국 시스템과 경영 방식 등을 체험하는 것이다.

이날 열린약국을 찾은 추 월봉 약사는 25년차 재일교포 출신으로 일본에서 약국을 운영 중이고, 우노 코우지, 고토우 히대유기 약사는 10년차 근무약사들이다.

약사들은 오전 9시 출근해 업무가 마무리되는 오후 5시 반까지 열린약국 약사들과 같은 업무를 체험하며 이곳의 시스템을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했다.

약사들은 무엇보다 이 약국의 시스템에 관심을 보였다. 접수와 입력, 조제, 투약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모든 약사들이 모니터 등을 통해 전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열린약국만의 시스템과 오조제, 오투약을 막기 위한 이 약국의 프로그램에 신선함을 느꼈다는 것이다.

우노 코우지 약사는 "처방전 접수 시 환자가 복약지도 전 미리 볼 수 있도록 복약지도문을 나눠주는 게 신기했다"며 "이외에도 약국 차원에서 오조제와 투약을 막기 위해 다양한 시스템과 프로그램을 만들어 적용하는 것도 놀라웠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의 약사 정책, 수가 책정 등이 다르지만, 환자를 위한 약료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려는 생각 만큼은 약사들 모두 한마음이었다.

추 월봉 약사는 "일본에는 약수첩을 통한 환자의 약력관리와 약사의 처방 중재 역할이 계속 강조되고 있다"며 "지난해 단골약국제가 도입되는 등 약사의 역할이 확대되고 그에 따른 세부적인 수가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약사들은 교류를 확대해 약국을 찾는 환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공유할 예정이다.

이병각 약사는 "처음 시도해 본 것인데 의미있는 시간이었다"며 "하루란 시간이 짧으면 짧을 수도 있지만 이런 시간을 앞으로 더 확대하며 서로 약국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부분을 공유하고 궁극적으로 소비자에 더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