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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자·공급자도 모른 역대 최대 벤딩, 왜 커졌나
김정주 기자 2016-06-01 12:24:32
[팩트체크]7천억대 초반 → 재정소위 논란 격화 → 전격 확대…후폭풍 불가피






내년도 요양기관 보험수가 인상 규모가 역대 최고로 커진다. 평균 인상률은 2.37% 수준이지만 최종 추가소요재정액(벤딩)이 무려 1631억원으로 급증하면서 17조원에 육박하는 건강보험 재정흑자 누적분의 단비가 고스란히 요양기관에 수입에도 내리게 된다.

이번 파격적인 수가 인상률 벤딩은 보험자인 건보공단도, 공급자 측도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공급자 협상단은 지난해 여유로운 흑자 상태에도 불구하고 건보공단이 6503억원으로 곳간을 사수한 경험과 성향을 미뤄, 이번 협상에서 무리한 기대는 하지 않았다.

공급자 측은 대체적으로 벤딩을 7000억원대 초반으로 잡고 협상전략을 짰는데, 만약 병원급과 의원급 수가협상이 막판 호조를 보일 경우 최대 7500억원 수준으로 설계하고 '플랜 B'를 짜는 모습도 있었다.

이는 건보공단 협상단 측도 마찬가지였다.

당초 지난해 수준으로 소폭 오른 인상률과 그만큼의 벤딩을 예상했던 건보공단도 31일에서 오늘(1일)로 넘어가는 밤까지 이어진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의 파격적인 행보에 적지않게 놀란 표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풍성한 곳간, 무작정 안 풀 수 있나"…재정소위도 내부충돌

이번 수가협상 결과는 보험자에게는 완전타결의 성과를, 공급자에게는 '파이 키우기'와 '수가보전'의 지속과제를 달성시켰다. 사실상 공급자 측의 완전한 승리로도 볼 수 있다.

협상 결과로 공급자들은 병원 1.8%(1.9%와 동일), 의원 3.1%, 약국 3.5%, 한방 3%(2.9%와 동일), 치과 2.4%, 조산사 3.7%, 보건기관 2.9%의 내년도 수가인상분을 거머쥐었다.

건보공단과 재정소위는 지난해 벤딩 규모를 축소시킨 상황에서 메르스 여파로 인한 의료기관 손실·투자분과 전반적인 경영악화 기조, 무엇보다도 16조9000억원에 이르는 흑자 누적분 등 정황상 공급자들에게 수혜가 일정부분 돌아가야 한다는 관점을 수용했다.

그러나 이번 8000억원대 벤딩 급증은 당초 예고된 일이 아니었다. 일정부분 수가보전은 필요하지만 지난해 협상 당시 7000억원에서 6500억원대로 규모가 줄었기 때문에 이번 협상 마지막날 낮까지 현실적인 최대 적용 범위는 7000억대 중반을 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이를 놓고 재정소위에서도 내부 격론이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 협상 초반 재정소위는 벤딩 최소-최대 범위 차를 0.32%p로 넓게 잡았는 데 이 것이 협상 막판까지 변수가 됐다.

건보공단이 발표한 최종 벤딩 규모와 평균 인상률로 역산해보면 1% 추가소요재정분이 3432억원 수준이다.

이를 감안하면 건보공단이 협상 테이블에서 만질 수 있는 벤딩 폭은 최소 약 6452억원에서 최대 약 7551억원 수준까지로, 그 폭이 무려 1099억원이나 벌어졌던 것이다.

이 시기만 해도 벤딩 최대치는 전년대비 매우 크게 잡혔다는 평가가 두드러졌는데, 재정소위 안에서도 격론이 이어질 정도로 문제시 됐다. 특히 사용자 측 단체인 경총과 노동자 측 단체인 민주노총, 한국노총에서 한동안 강하게 문제제기 했다는 후문이다.

보험자 협상 키를 쥐고 있는 재정소위 안에서도 내부 의견이 엇갈리고 격론이 심화되면서 협상 당사자인 건보공단은 여러 가능성을 타진하며 막판까지 분주하게 협상 전략을 재정비해야 했다.

정부 추진정책 연계된 미래 기여분도 반영…차기 협상 고삐 예고

건보공단과 재정위는 오늘 오전 이번 수가협상 결과를 상정, 가결한 뒤 곳간을 활짝 연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작년 메르스 사태를 겪은 의약계의 어려운 경영 현실과 보건의료 현안사항 관련 원활한 협조 등을 고려해 전년도 인상률 1.99%보다 높은 수준으로 결정했다는 것이 재정소위 측 얘기다.

정부는 이번 수가협상 과정에서 감염병 예방 등 병원 협력사업들과 원격의료사업, 계속 이어지는 보장성강화계획 등 의료계와 정책적 파트너십을 유지할 사안들이 산적하기 때문에 벤딩 수준을 마냥 옥죌 수 없다는 의견을 재정소위에 강하게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소위는 7000억대 중반 수준의 벤딩 폭을 놓고도 이견이 극명했는데, 이 같은 정책 현안 고려는 또 다른 논박거리였기 때문에 문제가 쉬이 풀리지 않았다. 실제로 재정소위는 협상 마지막 날인 31일 저녁 6시 회의를 열어 무려 2시간 가량 이 사안으로 논박을 이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대개 부대합의조건 없는 수가협상 마지막날 저녁에는 벤딩 규모와 보험자 협상 전략이 이미 촘촘하게 짜여진다.

재정소위는 건보공단으로부터 실시간 협상 상황보고를 받으면서 작은 조정작업만 하는 시기가 이 때임을 감안할 때, 협상 마지막날 저녁 이후까지 이어진 재정소위 논박은 그만큼 내부 이견충돌이 극심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건보공단 협상단은 추후 있을 감염수가로 인한 풍선효과 등을 고려해 벤딩 확대를 최대한 막기 위해 재정소위를 설득하고 의사를 개진했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협상 중간에도, 협상장 지근거리에 상주하고 있는 재정소위에 상황을 보고하면서 성의를 보이는 모습도 목격됐다.

 ▲ 협상 막판까지 건보공단과 줄다리기를 이어갔던 의사협회 협상단(위)과 약사회 협상단.
그러나 협상이 진척될 수록 벤딩 범위는 계속 늘어갔고, 결과적으로 6000억원대에서 8000억원대로 훌쩍 오른 모양새가 됐다. 가입자들과 국회의 '퍼주기' 비판과 비난이 불보듯 뻔한 수치다.

게다가 이 속도대로 벤딩 규모 팽창이 이어질 경우 지속가능한 재정관리와 협상 공신력 등 보험자 책임론이 대두될 것이기 때문에 후폭풍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대변하듯 건보공단 측은 1년 뒤인 내년 수가협상에서 벤딩 규모를 재검토 해 수가 인상 수위를 조절할 의사를 내비쳤다.

'축배를 들 수 있는 시간은 유한하다'는 암시는 이미 각 의약단체에 전달됐다.
김정주 기자 (jj0831@dailypharm.com)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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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순 찬성순 반대순
  • 2016.06.01 13:37:23 수정 | 삭제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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