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심평원 직원 원주생활 스케치]

지난해 12월 시작된 건보공단 본부와 심사평가원 본원 원주이전이 최근 마무리됐다. 건보공단 직원 1000여 명, 심평원 1200여 명이 대거 일터를 옮기면서 이들의 삶과 일상의 풍경은 생경해진 모습이다.

심평원은 직원들은 '4 : 4 : 4'로 나뉜다. 400명은 정착을 목적으로 가족까지 원주로 완전히 이전한 '원주족', 400명은 자녀 교육 때문에 근무하는 주중에만 사택(숙소)에 머물며 생활을 하는 '기러기족' 혹은 '월금족', 나머지 400명은 서울에서 매일 출·퇴근을 반복하는 '출퇴근족'이다.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승용차와 서초동 서울사무소(전 심평원 본원)에서 통근버스를 이용해 오고가는 직원들이다. 자녀의 나이로 볼 때 전학이 힘들거나, 본인의 정년퇴임까지 감안해 이주가 힘든 직원들이다. 불가피하게 '월금족', '출-퇴근족'을 감수한다.

건보공단 직원들은 심평원보다 많은 수의 직원들이 사택을 신청해 심평원과 조금 다른 모습이다. 공공기관 인사이동이 6개월에 한 번씩 진행되고, 공단 지사 단위가 시·군·구로 세분화돼 있기 때문에 언제 다른 지역으로 발령받을 지 몰라 이주를 결정하지 못하고 미룬 탓이다.

사택 입주 현황도 공단과 심평원은 다르다. 사택은 심평원 원주 본원 뒷편과 고속·간선도로 사이에 자리잡은 아파트 2개 단지에 각각 분포돼 있는데, 공단은 4인 1가구, 심평원은 3인 1가구가 원칙이다. 합숙을 희망하는 직원들을 1차 그룹핑 해 입주시켰다.

심평원의 경우 공공기관 사택 입주 기준으로 인해 미혼은 입주 후순위 원칙을 세웠다. 이로 인해 1급 미혼 실장이 사택 입주를 못하고 건너편에 새로 조성된 거주 타운에 입주해 이야깃꺼리로 회자된다.

공단은 사택 입주안과 거주 대여금 수령안 양자택일 방식으로 신청을 받았는데, 예상보다 사택 입주 희망자가 많았다. 단독 거주를 희망하는 일부 독신 층들은 사택 지원을 포기하고 원룸을 얻었다.

일단 사택에 입주한 이들은 새 생활방식에 적응하기 바쁘다. 특히 남자 직원들은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나 분리수거, 욕실 청소 등 공용구역 관리 등 각종 생활 정보들을 공유하며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이처럼 일터와 삶터가 한꺼번에 바뀐 풍경은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교통과 물가는 가장 큰 불편사항이다.

원주 시내를 관통하는 고속버스는 단 150대. 이 마저도 정거장이 많아서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외곽에 속하는 혁신도시 부근까지 1시간 넘게 걸린다. 가족이 시내에 완전 이주하거나 별도의 '타운'에 거주지를 정한 직원들은 자가용 없이는 출퇴근이 힘든 상황이다.

치솟은 물가도 불편을 더하고 있다. 신도시 형성에 근린생활시설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탓에 물가가 서울 강남지역보다 더 높다는 게 직원들의 얘기다. 남성 커트머리 기준 미용료가 2만원을 넘어섰고, 점심은 백반정식 한 끼가 1만1000원이다. 그나마 커피 3000~4000원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이 때문에 주말에 본가를 찾거나 업무 일정으로 외근할 때 서울에서 짬을 내 커트하는 웃지못할 사례도 목격된다.

심평원 구내 커피숍의 커피 1잔 가격이 1400원으로 매우 저렴하다는 입소문이 나자, 인근 아파트 주민들까지 애용하면서 주변 커피숍 커피 시세가 1600원 수준으로 급락하는 상황도 생겨나고 있다.

높은 물가와 더불어 주점 등 유흥시설이 일찍 문을 닫아 대도시 생활 패턴에 익숙한 직원들의 회식 문화까지 바꿔 놓았다.

남성 직원들은 퇴근 후 동료들과 주점을 가려고 해도 저녁 8시 전후에 시설들이 대부분 문을 닫기 때문에 슈퍼마켓에서 음료를 사서 사택에 둘러앉아 저녁을 겸해 간단히 회식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