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한번째 마당| 약국법인 헌법 불합치 결정 되짚어보기

의료민영화라는 담론 속에서 법인약국 논란이 뜨겁습니다. 정부는 지난 13일 4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면 약국법인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어요.

잘 아시겠지만 핵심은 약사만의 '유한책임회사'를 만들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지요.

바로 약사들이 출자한 영리법인을 만들 수 있도록 약사법을 개정하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입니다.

정부는 법인약국 허용의 명문으로 직업선택의 자유침해 등 위헌상태를 해소하고 양질의 약국 서비스 제공을 제시했어요.

여기서도 11년 동안 약사사회를 옥죄어온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났기 때문에 약국법인을 허용하겠다는 것인데 약국영리법인을 반대하는 약사들에게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럼 헌재의 헌법 불합치 결정을 되짚어 볼까요? 타임머신을 타고 1995년 12월로 가 보겠습니다.

당시 K약사는 '00약국 주식회사'를 만들어 서울 강동구와 제주도에서 약국을 운영해 왔습니다. 물론 대표이사는 K약사였지요.

그런데 문제가 발생합니다. 법인 명의로 약국을 운영하고 있던 K약사에게 의약품을 공급하던 제약사와 도매상이 경고처분을 받습니다.

2000년 5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법인 명의로 약국을 운영하는 곳에 약품을 공급하면 판매업무정치 처분을 하겠다며 업체에 경고처분을 했어요.

약사, 한약사가 아니면 약국을 개설할 수 없다는 규정을 위반한 곳에 의약품 공급을 하지 말라는 것인데 여기서 비극 시작됩니다.

약 공급이 중단되자 폐업위기에 놓인 K약사는 00약국 주식회사 명의로 2000년 11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합니다.

헌법재판소는 약 2년 동안의 심리를 거쳐 2002년 9월19일 법인약국을 금지한 약사법 제20조(당시 제16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립니다.

헌재 결정의 요지는 약사들로만 구성된 법인에게도 약국 개설권을 금지하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 결자의 자유,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것이지요.

또 일반인에 의한 약국법인 설립을 금지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단서를 달았지요.

그러나 헌재는 헌법에 합치 하지는 않지만 입법자가 약사법을 개정할 때까지 약사법 20조(당시 16조)를 계속 적용하라고 했어요. 법 개정 시기를 입법권자에게 맡겨 놓은 것이지요.

결국 약국법인 허용 여부는 11년간 헌법 불합치 상태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어요.

국회에서도 약국법인 도입을 골자로 한 약사법 개정안이 두 차례 발의됐지만 모두 폐기 됐지요.

정부는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등 위헌상태 해소를 위해 약국법인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정부의 실제 목표는 약국을 기업형의 합리적 경영환경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입니다.

기업형의 합리적인 경영. 좋은 말이지요. 그러나 그 이면에는 약국의 공익성보다는 이윤추구와 투자 등 합리적인 경영이 더 좋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어요.

정부는 내년 6월까지 약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했어요. 약사회도 법인약국 도입에 원천반대를 선언했어요.

2014년 약국법인을 놓고 정부와 약사들의 전면전이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니 이미 시작됐다고 보는 게 맞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