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번째마당-유형별·유형내 수가협상|

독자 여러분, 요새 날씨가 너무 덥죠? 습도도 높아져 후텁지근 합니다. 우리동네 '다달라 아파트' 1단지의 속사정 좀 들어보세요. 숨이 턱턱 막힐지도 모르겠지만요.

글쎄 우리동네 '다달라 아파트'는요, A동부터 D동까지인데 동마다 층이 다 달라요. 거기다가 층마다 면적도 제각각이랍니다. 그래서 '다달라 아파트'죠.

어떤 사람은 아주 작은 곳에서 살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운동장 같은 넓직한 곳에서 살기도 해요. 이들은 같은 동민이거나, 모두 같은 단지 주민이예요.

그런데 이들이 모두 같은 액수의 관리유지비를 지불하고 있었어요. 아파트 규모와 상관없이 관리비를 균일하게 냈던 거죠. 그러다보니 낮은 층수의 동에서 사는 주민들이 억울하게 돈을 더 낸다며 항의를 하기 시작했어요.

결국 단지 주민들은 회의를 했고, 동마다 따로따로 걷어서 형편에 맞게 사용하기로 했어요. 주민들은 합리적으로 바뀌었다며 행복해 했어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시 불만이 나타났어요. 같은 동에서도 작은 면적에 사는 주민들은 억울함이 가시지 않았던 거예요.

우리동네 '다달라 아파트' 1단지의 속사정은 최근 시작한 건보공단-요양기관 수가협상과 아주 닮아 있어요.

의약분업과 요양급여제도가 시행된 이후부터 공급자인 요양기관은 보험자인 건보공단과 해마다 급여 규모를 가름하는 수가계약을 체결하고, 한 해 수익을 보장받아오고 있어요.

수가계약을 위해서는 법정계약만료시점 이전에 일정 기간을 두고 보험자-공급자 간 상호 협상을 벌이죠. 2007년까지만 해도 요양기관 대표인 각 단체들은 일종의 '연합체'를 만들어 공단과 단체협약을 맺었어요.

하지만 요양급여비용 비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병의원 규모와 한방, 또는 치과의 규모는 자몽과 낑깡처럼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났어요.

결국 2008년부터 병원, 의원, 약국, 치과, 한방 등 특색에 맞는 개별 협상을 하기로 했죠. '유형별 수가협상'의 시작이에요.

그런데 요즘은 또 다른 고민에 빠졌어요. 병원은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급으로 종별 급여 수익 편차가 극심해져 경영난에 허우적대는 기관들이 속속 나타났어요.

의원도 과목별로 급여수익 구조가 다르고, 약국도 문전-동네 약국의 급여 규모 편차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계속해서 두드러지고 있어요.

같은 유형 안에서도 수익편차가 심하게 벌어지니, 유형별 평균치로 계약을 맺는 현재 수가협상 형태는 '한물 간 스타일'이 된 거에요.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부와 보험자, 가입자는 원만한 협상 타결을 위해 같은 유형 안에서도 편차가 있는 기관들을 분리해 수가를 차등지급받을 수 있는 협상을 원하고 있어요. 이게 바로 '유형 내 수가협상'입니다.

하지만 문제도 있어요. 이는 재정중립, 즉 곳간에 곡식은 동일하게 내어준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유형 안에서도 수가를 더 받을 수 있는 기관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기존 액수보다 덜 받게될 기관들이 생겨나게 되는 거지요.

이제 20일부터 각 단체별로 본격적인 유형별 수가협상이 이달 말까지 진행됩니다. 단체들은 해당 유형의 요양기관이 정책과 국민 사이의 중요한 매개체임을 보험자에게 각인시키며 높은 수가인상률을 요구할 거예요.

아마도 일부 유형은 기관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유형 내 협상을 부대조건으로 제안받을 지도 몰라요. 그만큼 요양기관 급여수입 편차가 국민 서비스 질 편차로 이어지기 때문이죠.

각 단체들은 경영난과 빈익빈 부익부를 호소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진 시기상조로 여기고 있어요.

자칫 유형 내 협상이 회원들의 불만으로 이어져 내부 화합이 깨지고, 결과적으로 회무에도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어서, 장기적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보고 있는 거죠.

지금 상황으로선 쉽진 않지만, 그렇다고 요원할 것도 없는 문제인 셈이에요.

우리동네 '다달라 아파트'의 속사정, 남의 일이 아닌 거 이제 아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