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스페셜]협상적용 유형 3개로 조정…'위험분담기전' 추가 검토해야
다국적 제약사 한 신약은 제품출시 후 1년만에 150억원대 블록버스터로 성장했다.
이 제품은 건강보험공단과
약가협상 당시 설정했던 예산사용량을 무려 3000% 이상 초과했다. 하지만
사용량 연동협상 결과 약가인하율은 9.4%에 그쳤다.
수치만 놓고봐도 신약의 사용량을 관리해 건강보험 재정안정을 꾀한다는 정책 목표와 한참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 제도의 실효성에 지속적으로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정부와 보험자도 연내 전면적인 제도 개선안을 모색하겠다며 팔을 걷어부쳤다. 서울대보건대학원이 건강보험공단의 의뢰를 받아 수행한 '사용량-약가 연동제 실효성 제고방안 연구: 보험자관점(연구책임자 양봉민 교수)'은 이런 제도개선 일환의 산물이다.
연구자들은 현 사용량 약가연동 협상제도는 가격 중심의 국내 사후 약품비 통제방식 중 유일한 양적인 측면의 약가규제 정책이지만 실효성을 거두기에는 제한적 요소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예상사용량을 절대기준으로 삼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기준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는데, 초과이윤(한계비용)과 재정영향지수(R)를 대입한 새로운 가격조정 산식을 만들자는 제안이 그것이다.
▲ 현 사용량 약가인하 연동제 적용 산식
◆예상사용량 추정의 한계=현행 제도는 절대적 기준이 되고 있는 예상사용량 추정이 가능한가라는 문제부터 논점이 제기된다.
예상사용량 설정 자체가 불확실하고 마케팅 활동 등 제약사의 개입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보험자가 객관적으로 제약사가 제출한 값을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
연구자들도 "사용량 약가 연동제도가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용량 예측의 불확실성에서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예상사용량에 더해 추가적인 기준을 통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대 인하폭 설정=약가인하 비율에 상한선을 마련한 것은 사용량이 과대하게 증가한 경우 사용량과 연계해 약가를 인하한다는 취지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10% 기준선도 근거가 없다.
실제 예상사용량 대비 실사용량이 1000% 증가할 경우와 2000% 증가할 경우 인하율은 각각 9.1%, 9.5%로 차이가 미미하다. 또 4000%와 6000% 증가시 인하율은 9.8%로 동일한 수준으로 나타난다.
연구자들은 따라서 "현 산식으로는 초과 약품비 부담만큼을 약가인하에 반영할 수 없기 때문에 초과이윤을 약가인하에 반영할 수 있는 조정기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품목별 적용에 따른 형평성=품목별로 협상을 진행하는 것도 문제다. 예컨대 A성분의 100mg과 200mg은 협상에 의해, 300mg은 함량비교가 산식으로 협상없이 등재됐다면 100mg과 200mg은 '유형1', 300mg은 '유형4' 모니터링 대상이 된다.
또 100mg이 협상으로 가격이 인하될 경우 해당 함량은 청구량이 감소하는 반면, 다른 함량이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
연구자들은 함량단위까지 모니터링 대상을 너무 미시적으로 접근한 결과로 성분·제형이라는 보다 포괄적인 기준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신 동일성분 동일제형이지만 함량에 따라 적응증을 달리하는 경우는 적응증을 우선 고려해 모니터링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 현 사용량 약가인하 연동제 적용 유형
◆협상 유형 적용상의 한계=4가지 협상 유형방식에도 문제점은 적지 않다. 먼저 모든 유형에 적용되는 '30%'와 '60%'라는 완충범위에 대한 합리적 근거가 명확치 않다.
이 범위는 보험자가 감당할 수 있는 '재정한계'로 간주될 수 있는데, 이 초과부분은 약가인하가 아니라 (제약사와) 위험을 분담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게 연구자들의 의견이다.
'유형2'의 경우 해당약제의 사용량 증가가 사용범위 확대에 기인한다는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경우 사용량이 증가하더라도 협상대상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한계점이 있다.
실제 상당수 적응증은 상병코드가 없거나 코드를 명확히 구분하기 쉽지 않다. 예컨대 위장관기질성종양의 경우 상병코드가 부재하고, 유방암 가운데 HER-2 발현과 그렇지 않은 경우는 상병코드로 구분하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협상으로 등재된 신약 112개 중 '유형2' 대상이 된 품목은 2개 뿐이었다.
'유형3'의 경우 의약품이 시장진입 후 일정시점이 지나면 안정상태를 유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2차년도에 전년대비 60% 초과할 가능성이 매우 적다는 게 근본적인 문제다. 그동안 이 유형으로 협상한 약제가 전무한 이유다.
대부분 제네릭이 대상인 '유형4'는 고가 오리지널을 대체해 보험재정 절감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의약품의 가격을 손질한다는 점에서 합리적 이유를 찾기 어렵다.
더욱이 동일성분 동일약가가 적용되는 현행 약가제도에서는 이 유형의 협상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약가인하 대상이 되는 유형간 중복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유형1'과 '유형2', '유형2와 유형3', '유형2와 유형4' 등은 동시에 적용될 여지가 적지 않다. 하지만 모니터링 시점이 상이하고, 약가협상도 2개월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에 사유 발생시점과 약가 조정시점의 중복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연구자들이 제안한 새로운 약가인하 산식
◆개선방안=연구자들은 이 같은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예상사용량과 초과이익(한계비용), 재정영향지수를 반영한 새로운 약가조정 방안을 제안했다.
이 개선안의 핵심은 예상사용량 초과품목 뿐 아니라 예상사용량을 초과하지 않은 품목도 재정영향을 감안해 협상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데 있다. 전체 인하율은 예산사용량 초과에 한계비용, 재정영향을 모두 감안해 산정한다.
세부내용을 보면, 우선 적용유형은 '유형1'과 '유형2', '유형4' 중 2007년 이전에 등재된 단독등재품목으로 조정한다. '유형2' 적용방식도 사용범위 확대이전에 건강보험공단과 약가협상을 통해 가격과 예상사용량을 재설정해 이를 기반으로 제도를 적용한다.
선별기준은 예상사용량 뿐 아니라 '전체 약품비 증가율 초과' 기준을 추가해 동일성분 동일제형 단위로 협상대상을 정한다.
재정영향지수는 전체 약품비 평균증가율이나 해당 약효군 환자증가율 등이 고려 가능한데, 이번 연구에서는 2007~2009년 전체 약품비 평균 증가율인 11%를 기준으로 삼았다.
또 초과이윤을 적용하기 위한 한계비용은 의약품 시장의 '러너지수'를 활용해 기존가격의 약 28%로 산정했다.
◆새로운 산식의 적용 효과=개선안을 적용한 결과, 분석 가능한 총 99개 의약품(59개 성분) 중 1차년도에 예상사용량 대비 30% 이상 증가한 품목은 51개(34개 성분)로 현행 기준 17개보다 3배나 늘었다. 2차년도에도 9개 품목에서 30개 품목으로 대상이 확대됐다.
또 초과사용량에 한계비용을 적용한 경우 평균 가격인하율은 13.04%로 나타났으며, 품목 모두 현행 산식보다 인하율이 더 높아졌다. 예산사용량을 초과하지 않았지만 재정영향 정도를 반영한 품목들은 평균 4.71%의 인하율이 산출됐다.
예상사용량 초과에 한계비용, 재정영향을 모두 감안한 개선안의 전체 가격인하율은 평균 20.85%로 현행 산식을 적용한 4.96% 대비 4배 이상 낙폭이 더 커졌다.
연구자들은 "우리나라는 다양한 약가 사후관리기전을 통해 약가를 인하하고 있지만 보험재정에 상당한 효과는 가져다 주지 못하면서 제약사의 불만만 가중시키고 있다"면서 "이 개선방안을 적용하면 제도 실효성 제고는 물론 재정안정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자들은 다만 "사용량 약가연동제 뿐 아니라 다양한 위험분담 기전들과 함게 반환기전을 통해 재정적 안정성을 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서는 선진국에서 도입하고 있는 약품비 고정예산제가 국내 정책에 시사점을 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