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갈라파고스섬'으로 변한 오송 식약청

충북 오송으로 이전한 식약청 공무원들의 '한탄'의 목소리가 크다. 원거리로 인한 부담은 예상했지만 정말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푸념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 근처에 사는 식약청 A모 과장은 "아침 출근버스를 타려면 오전 6시에는 나가야 겨우겨우 버스를 탈 수 있다"며 피로감을 호소한다.

현재는 출근버스가 서울 각 지역에서 운행되기 때문에 이동부담이 조금은 덜한 편이다.

하지만 오송까지 1시간 30분이나 걸리고, 퇴근시간에는 꽉막힌 도로 사정으로 최대 3시간이나 소요돼 출퇴근 한번에 파김치가되고 만다는 호소가 잇따르고 있다.

더욱이 퇴근버스는 6시 정각에 떠나 밀린 업무를 보기가 부담스럽다는 불만도 나온다.

A 과장은 "시간도 줄이고 업무도 볼 겸 퇴근은 가급적 KTX를 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시 퇴근 눈치보기도 스트레스"

정시퇴근 '눈치보기'가 이제 본격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이사하고 며칠간은 사정을 봐줬지만, 밀리는 업무량을 감당하려면 야근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일선 과장들이 솔선수범(?)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아래 직원들의 퇴근시간 걱정은 한층 더해가고 있다.

B과장은 "새해 업무보고 등 일은 밀리는데 정시 퇴근만 지킬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요 근처에 작은 방이라도 빌려 늦게까지 일해야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야근하는 직원들을 위해 아파트를 빌려 숙직소로 사용할 계획도 있다"고 덧붙였다.

새로 들어온 집이 마음에 안드는 과도 적지 않다. 특히 전보다 인원이 늘어난 과들은 녹번동에 있을 때보다 일하는 공간이 좁아졌다고 토로한다.

B과장은 "사무실이 좁게 나와 직원들이 겨우 이동할 수 있는 공간만 나온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집에 들어가면 '우울증' 걸릴 것 같다" 울먹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직원들과 비교해 오송 거주 직원들은 출퇴근 부담만 덜었지, 생활환경은 오히려 나빠졌다 한숨이다.

C직원은 "집에 들어가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아우성"이라며 "특히 여직원들의 경우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다고 울먹이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잦은 서울 출장은 역으로 오송 거주 직원들의 부담을 더해주고 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해 앞으로는 시간 절약 차원에서 민원설명회나 공청회 등은 서울역이나 KTX역 근처에서 할 계획이다.

"앞으로 3개월이 고비"…정규직 이탈 우려

충청북도가 앞으로 오송역에서 오송생명과학단지를 잇는 버스노선을 확대하면 현재 교통여건보다는 훨씬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이전이 마무리되고 주변 상가가 들어서면 거주 직원들의 생활도 한층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때까지 견디지 못하는 직원이 속출할 것이라는 얘기도 떠돈다.

D직원은 "앞으로 3개월이 고비"라며 "'일단 가보자'라고 했던 직원들이 마음을 바꿔 그만두는 사례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구인은 현재도 걱정거리다. 오송 오기 전 미리 채용공고를 냈지만 아직까지 인원을 보충하지 못한 과들이 남아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달 대규모 국·과장급 인사 소식은 직원들의 부담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