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영업사원 출입금지 선언 울산지역 개원가를 가다

울산광역시의사회가 지난 15일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제약회사 영업사원 출입금지 등 #리베이트 쌍벌제에 대해 각을 세우며 강경한 입장을 피력했지만 막상 현장 파급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데일리팜은 16일 울산지역 개원의들을 방문해 리베이트 쌍벌제에 대한 의식과 영업사원 출입금지 조치 이후 현장 목소리를 들어봤다.

그 결과 "울산시의사회 특성상 회원들이 하나로 뭉칠 것"이라고 호언장담 했던 이 지역 의사회 측과는 달리, 일선 개원가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심지어 일부 개원의들은 출입금지 사실 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다.

"영업사원 출입금지? 금시초문"

오후 5시께 울산시 종합버스터미널을 나서자 각 건물마다 네트워크를 형성한 개원가가 눈에 띄었다.

일단 D내과의원을 찾았다. 이곳은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앳된 얼굴의 학생에서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카운터 간호사에서 신분을 밝히고, 원장 면담을 요청했다. 10여분을 대기한 끝에 만난 D의원 원장은 의사회 차원에서 영업사원 진료실 출입 금지령을 내렸다는 사실 조차 몰랐다고 한다.

그는 "제약사 영업사원도 기자님 처럼 먹고 살기 위해 (병원, 약국 등)돌아다니는 것 아니냐. 굳이 막아설 이유는 없다"면서 "물론 예년 보다 영업사원 출입이 뜸해진 것 사실이다. 주로 친분이 있는 영업사원들이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D의원에 이어 찾은 S의원 또한 돌아온 답변은 마찬가지였다. "제약사 영업사원 출입금지를 시킨다고 쌍벌제 법안이 폐기되는 것도 아닌데 굳이 저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지역에 따라 의견차가 있을 것 같아 다른 지역 개원가를 방문했다. 역시 큰 대로변을 좌우로 개원의들이 밀집해 있었다.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P연합 내과의원를 찾았다.

원장님과의 면담은 어렵고, 사무장과 미팅이 가능하다는 간호사의 말을 듣고 사무장실로 향했다. P의원 사무장은 "현재 영업사원 출입을 막고 있지도 않고,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의사회 차원에서 병원에 공식적인 입장을 전달한 것도 아니고,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 병원은 크게 달라질 일은 없을 것같다"며 "영업사원들의 방문 또한 평소와 같다"고 덧붙였다.

"대금결제 등 특별사유 아니면 안 만나"

P의원 이외에도 몇몇 개원의들의 반응은 의사회 입장과 달랐다. 물론 의사회 입장에 적극 찬성하는 개원의도 있었다.

울산 시청 근교에 위치한 K내과 의원이 대표적이었다. 이 의원 원장은 기자라는 신분을 밝히자 격양된 목소리로 "언론들이 쌍벌제를 놓고 너무 침소봉대하는 것 아니냐?"며 "물론 언론 입장에서야 자극적인 이슈를 원하겠지만, 의사들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쁠 때도 있다"고 항의했다.

영업사원 출입 금지와 관련해서도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대금결제를 위한 방문 등 특별한 일이 아닌 이상 영업사원들을 만나주지 않고 있다"며 "제품에 대한 정보는 학회나 대한의사협회를 통해 얼마든지 알수 있다. 사실 영업사원들이 자기들 제품 홍보차 방문하는 것이지 의학적 지식을 전달해 줬던 것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15일 이후 큰 변화 없어 눈치만"

다음날 오전 8시. 영업사원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울산 영업본부가 밀집해 있다는 개원 의사들의 말을 듣고 울산대 근처로 이동했다.

모 영업사원은 "소장님들이 교육이 있어 출장을 갔다. 오늘은 이야기를 나눌 직원이 없으니 돌아가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영업본부에서는 기자와 영업사원간의 접촉을 꺼려했다. 특히 의료 5적에 포함된 영업본부 직원들은 접근 자체를 부담스러워했다.

다행히 A제약사 병원 담당 소장을 만날 수 있었다. 데일리팜 기자라고 소개하자 특별히 할 말은 없다며 15일 출입금지 조치 이후 크게 바뀐 상황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형병원이나 개인병원 모두 특별한 행동은 없다. 현재는 개원의측이나 제약사측이나 조심스럽게 대응하고 있는 것 같다"며 "다만 일부 개원의들이 영업사원들의 방문을 저지하고 있고 새로운 거래처 확보에는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의사회 "출입금지, 회원 자율에 맡긴 사항"

한편, 이 같은 개원가 분위기에 대한 울산시의사회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울산대 근처에서 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강문수 공보이사를 찾았다.

그는 "출입금지는 회원 자율에 맡긴 사항이며 주 대상은 의료 5적"이라고 잘라말했다.

특히 그는 "앞으로 진료실에서 영업사원을 만날 이유는 없을 것"이라며 "환자들이 의사가 리베이트를 받고 처방 변경을 한다고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것 같기 때문이다. 리베이트로부터 떳떳하고 싶다"고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