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심장판막 '카바시술' 논란 경과와 쟁점

심장이식술의 세계적 권위자인 송명근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교수의 ‘종합적 대동맥 근부 및 판막성형’ 수술(CARVAR, 이하 ‘카바시술’)의 안전성 논란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복지부는 보건의료연구원이 심평원 실무위원회를 통해 시술을 잠정중지하는 의견을 복지부장관에 건의할 것이라는 언론보도와 관련 “시술중단 여부 등에 대해 결정된 바 없고, 보건의료연구원이 제출한 자료를 검토중”이라고 지난 23일 해명했지만 논란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송 교수와 보건연이 다음날인 24일에도 한 차례 공방을 벌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복지부의 후속행보에 의료계의 눈이 일제히 쏠릴 수밖에 없다.

◇'카바시술'은 뭔가=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재직 당시인 지난 2003년 송 교수는 ‘링’과 ‘띠’를 이용해 심장판막병을 치료하는 새로운 시술법을 개발해 대동맥 판막기능 환자 74명을 대상으로 시술한 결과 98%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고 발표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송 교수는 대동맥근벽부 구조교정술과 대동맥 판막염 교정술을 종합해 이 독창적인 시술법을 고안했다.

대동맥 근벽부 구조교정술은 대동맥근부벽이 늘어난 환자의 구조를 교정하기 위해 대동맥판막륜과 동관이행부에 지지대 역할을 하는 S-S링과 S-S 스트립을 삽입하는 원리다.

대동매근부의 동관이행부 안팎에 링을 거치시킨 후 고정해 직경을 줄이고, 대동맥판막륜의 섬유부 안팎에 각각 스트립을 이용해 마찬가지로 직경을 줄이게 된다.

대동맥판만염 교정술은 병든 판막을 완전히 제거한 후 C,P,E 타입-판막엽 틀을 이용, 심낭을 재단해 판막엽 대치물을 만들어 제거된 판막자리에 이식해 기능을 복원시키는 방식이다.

송 교수는 ‘카바시술’이 이상적인 대동맥 판막수술법이자 기존 고식적 판막치환술과 달리 완치할 수 있는 수술법이라고 주장해왔다.

또한 모든 대동맥판막환자에게 적용가능하며, 향후 5년내 국제적으로 판막치환술이 거의 사라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다시 말해 '카바시술'은 수술 후 평생 혈액응고제를 복용해야 하거나 재발이 잘되는 기존 수술법의 단점을 없앤 획기적인 수술법이라는 것이다.

실제 송 교수는 지난해 11월까지 420명의 환자에게 대동맥판매을 성형한 결과 9례에서만 잔류 대동맥판막역류가 남았고, 이조차 당장 수술적 치료를 요하지 않는 상태라는 시술성과를 내놓은 바 있다.

◇끊이지 않는 논란=하지만 이 시술법은 그동안 관련 학회와 전문가들로부터 기존 수술법을 조합한 것에 불과하다거나 심지어 ‘사기’라는 주장도 제기돼왔다.

이른바 1차 ‘송명근 사태’는 2007년 3월 ‘카바시술’을 신의료기술로 인정해달라는 요청이 심평원에 접수된 이후 진행된 안전성.유효성 논의과정에서 도출됐다.

논란의 중심에는 대한흉부외과학회가 있었다.

이 학회는 심평원 의료행위전문위원회에 낸 의견에서 “수술 후 적어도 3년 이상 경과후에 치료성적이 학회나 학회지에 발표되고 여과없이 검증된 후에 사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 시술의 급여반대 입장을 표명했었다.

심평원 관계자도 “이미 사용돼 오던 여러 수술기법의 조합으로 임상적인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해서는 조기성적 뿐 아니라 장기간 추적연구가 필요하다는 관련 학회 의견을 고려해 추후 재평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결국 ‘카바시술’은 이후 두 차례의 전문가 자문회의와 두 차례의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를 거쳐 지난해 4월 ‘조건부 비급여’로 결정났다.

의료행위전문평가위는 안유 근거자료를 축적한 뒤 3년 후 재평가하는 조건으로 비급여 결정하고, 관련 실무위원회를 만든 뒤 보건연에 안유 평가연구를 수행토록 했다.

이처럼 특정의료기술에 전문평가위를 구성하고 운영지침까지 마련한 것은 ‘카바시술’이 처음이다.

이번 논란은 평가연구를 진행 중인 보건연이 중대한 이상반응 사례를 발견해 실무위에 보고했던 내용이 외부로 알려진 것이 도화선이 됐다.

이와는 별개로 건국대병원은 지난 1월 송 교수 시술법의 안전성을 문제삼은 논문을 해외학술지에 게재한 사건을 계기로 심장내과 교수 2명을 해임해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진실게임=논란의 핵심은 역시 이 시술법의 안전성, 다시 말해 수술을 잠정 중지해야 할 만큼 중대한 이상반응 발생률이 높은가에 있다.

보건연에 따르면 심평원 ‘카바 비급여 관리를 위한 실무위원회’는 지난 17일 열린 7차 회의에서 127건의 ‘카바시술’ 후 발생한 26례의 심각한 유해사례가 기존 시술과 비교해도 중대한 이상반응과 사망률이 상당히 높다고 판단했다.

보건연은 따라서 “실무위는 시술자에게 소명할 기회를 우선 부여하고 유해성에 대한 최종 판단까지 시술을 잠적적으로 중지하도록 복지부장관에 건의하는 내용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이미 평가된 127건의 시술사례 중 중대한 이상반응과 사망 발생비율이 20.42%에 달한다는 것이다.

특히 대동맥판막 관련 질환으로 ‘카바시술’을 받은 뒤 사망한 사례는 5건이며, 이중 3례는 판맥질환만으로 ‘카바시술’을 받은 경우라고 보건연은 주장했다.

이에 대해 송 교수는 지난 23일 기자회견에 이어 24일 다시 해명자료를 내고 “신기술의 안유 검증은 그 기술이 적용된 모든 사례를 종합해 결론을 내려야 하며, 일부 사례만을 임의로 선별하는 것은 결과조작의 우려가 있으므로 금지돼야 한다”고 반격했다.

‘카바시술’ 명칭 사용 후 사례를 본 것이라면 아산병원이 64례, 건국대병원이 402례인데 이 중 아산병원 26례와 건국대병원 101례만을 선정한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는 거다.

송 교수는 이어 “일부환자만을 선택해 비교한 것 자체도 큰 잘못이지만 이를 인정한다치더라도 127례 중 사명 5례는 4%도 되지 않아 서울대병원 사망률 4~6.7%에 미치지 않는다”면서 “중지결정을 내릴 이유가 안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특히 “지난 2년 4개월간 대동맥판막 질환의 일환으로 ‘카바시술’ 뒤 사망률은 0%”라면서 “보건연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못박았다.

한편 송 교수와 보건연간 공방이 난타전이 방불케함에도 불구하고 정작 정부는 "시술중단 여부 등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는 말 이외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송 교수는 보건연 연구에 대한 입장을 직접 복지부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혀 논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