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약국, 카운터 사각지대 '오명'

약사사회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카운터 의약품 판매 문제가 공중파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지면서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노출,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MBC 불만제로를 시작으로 공중파에 노출된 카운터 의약품 판매 문제가 지난 28일 KBS 9시뉴스 '현장추적'을 통해 또다시 불거져 이에 대한 약사사회 자정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약사사회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

특히 최근 일반인 정씨의 몰카 촬영으로 당국에 적발된 약국들 가운데 일부가 처벌이 무색하게도 현재까지 버젓이 카운터 의약품 판매를 자행하고 있다는 KBS 보도는 당국의 안일한 약사감시 행태와 약사사회 불감증을 여실히 입증한 셈이 됐다.

현장추적은 적발된 카운터는 약사법 제44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해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고 고용한 약사 또한 양벌규정에 의해 무자격자와 동일한 처벌을 받게 됨에도 불구하고 적발된 약국들이 이를 무시하고 버젓이 배짱영업을 행하고 있다고 실랄하게 비판했다.

카운터 몰카 사건 이후 그간 서울시약사회는 자율지도점검을 단행, 조찬휘 회장이 직접 약국을 돌며 자정노력을 보인 바 있다.

또한 서울시약 산하 각 단위약사회에서도 총회 자리에서 공지를 통해 자율점검을 특별히 당부하는 등 계도에 회세를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약국 현장에서는 카운터 일반약 판매가 여전했으며 특히 적발된 약국들의 개선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간 자율지도점검 등 자정노력이 요식행위에 그친 것 아니냐는 일반 대중들의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 것.

약사사회 또한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근본적으로 전문 카운터는 일반약 판매를 주 목적으로 고용돼 판매량에 따른 인센티브를 챙기고 있으며 판매능력이 근무약사에 비해 현저히 높은 반면 임금이 저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의 A약사는 "근무약사는 조제업무를 위해 고용하는 것이 대부분이라 일반약 판매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혀 이를 부연했다.

이 같은 이유와 더불어 약사사회는 단위약사회급과 약사감시 이행자인 보건소의 유착관계에 대해서도 실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광주의 B약사는 "약사회와 당국의 끈끈한 유대관계는 이번에 불거진 구약사회장 및 임원급의 적발도 무색하게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상황이 이렇다면 신고와 적발, 처벌과 자정노력으로 그들의 카운터 불법 행위를 뿌리뽑을 수 있을 지 의문스럽다"고 개탄했다.

그러나 여기에도 한계는 있다.

통상 보건소 직원 1~2명이 나서 카운터 적발을 포함한 약국 불법행위에 대한 약사감시를 실시하더라도 현장 실시간 적발과 이를 입증할 증거물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단순 제보와 의심만으로 이들을 제제할 수 없으며, 행정처분 권한은 경찰에 있기 때문에 단순 유착으로만 보기에는 어렵다는 얘기다.

때문에 약사사회는 현재, 전문 카운터 고용으로 적발된 약국의 엄중한 처벌과 종업원(카운터) 양성화로 여론이 양분되고 있는 실정이다.

용산구 C약사는 "전문 카운터 문제는 조제보조까지 포함해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감안할 때 당장의 답이 나올 수 없는 문제"라면서 차후 의약품 슈퍼판매와 면대약국 합법화, 법인약국에까지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사인임에는 분명하다"고 밝혔다.

수면 위로 부상한 약국 전문 카운터 문제에 대해 어떻게 풀어내야 약국이 불법의 온상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 지 행정당국과 약사회가 머리를 맞대야 할 시기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