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박사, 경제성평가 '공적인 횡포' 직격탄

약물 경제성평가가 최근 보건행정학회에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경제성평가는 포지티브 리스트제 도입이전부터 제약업계에게는 '저승사자'로 군림해왔다.

KDI 윤희숙 박사와 울산의대 이상일 교수 등은 과학적으로 확립되지 않은 방법론을 들이대 약값결정의 ‘유일한’ 근거로 활용하는 것은 ‘실’보다는 ‘허’가 더 많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윤 박사는 전문성이 부족함에도 불구, 정부가 막무가내식으로 기등재약 목록정비 등에 경제성평가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공적인 횡포’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상일 교수는 시쳇말로 좋게 말하면 ‘과감’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뭣(무식) 하면 용감하다’는 말로 대변된다면서 공격수위를 더 높였다.

복지부 정영기 사무관은 이에 대해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전적으로 약물 경제성평가에만 의존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이하 급평위)도 같은 맥락에서 전문가들과 지속적으로 논의 틀을 유지해 보완해 나가려 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 사무관은 특히 다국적 제약사들이 약물 경제성평가에 비판적인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다국적제약사들은 신약을 비싼 가격으로 등재시키기 위해 그동안 기존약제보다 효과가 더 뛰어나다거나 부작용을 줄이고 환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시켰다고 주장하면서, 핵심근거로 비용효과성, 다시 말해 약물 경제성평가 자료를 들이밀었다는 것이다.

복지부 "다국적제약 딴지걸기 모순적 태도" 힐난

이런 측면에서 약물 경제성평가를 양성화했으니 환영해야 할 일 아니냐면서, 신약에 대해서는 비싼 약값을 받으려고 경제성평가 운운하면서 정작 기등재약에는 딴지를 거는 것은 모순된 태도라고 힐난했다.

보건행정학회에서의 일부 전문가와 제약업계, 정부간의 이런 신경전은 기등재약 목록정비 사업 시범평가 과정과 결과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 제기될 원론적인 논란의 핵심단초를 제공해줬다.

구체적인 측면에서는 어떨까? 급평위는 지난 12일 스티틴 시범평가 결과 적용방식에 대한 대원칙을 수정했다.

‘성분별 동일인하율’서 ‘품목별 개별인하율’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 그 첫째다. 또 ‘아토르바스타틴’(품명 리피토)의 예외를 인정하기 위해 ‘과감히’ 정책적 개입을 단행했다.

‘품목별 개별인하율’은 개별 스타틴의 보험상한가를 '심바스타틴' 20mg의 가중평균가인 838원을 기준으로 약가가 높은 품목은 내리고, 낮은 품목은 현 가격을 유지한다는 내용이다.

대표함량간 인하율은 같은 품목의 다른 함량제품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는 ‘성분별 동일인하율’을 적용할 경우 상한가가 정당 1219원인 ‘심바스타틴’ 오리지널 ‘조코’ 등의 가격은 그대로 두고, 가격이 절반수준도 되지 않는 다른 성분의 제네릭 약가가 대폭 낮아지는 모순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결정이었다.

'조코' 다른 함량, 제네릭보다 상한가 더 낮아져

문제는 대표함량 인하율이 같은 품목의 다른 함량제품에 동일하게 적용되면서 약가가 역전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상한가가 1219원인 ‘조코20mg’은 가중평균가인 838원에 맞춰 381원, 32%를 자진 인하시켜야 급여목록에 계속 등재될 수 있다. 이 인하율을 다른함량에 그대로 적용하면 1246원인 ‘조코40mg’ 가격은 848원까지 낮아진다.

반면 대표함량 가격이 838원 이하여서 약가인하 요인인 없는 ‘심바스타틴’ 40mg의 티디에스팜 ‘콜스테롤’, 넥스팜의 ‘조코나’는 각각 상한가 1000원이 유지된다. 두 품목이 40mg 성분의 최고가로 등각하게 된 셈이다.

종근당 ‘심바로드’도 40mg 가격이 이들 제네릭 가격보다 낮은 970원이지만, 20mg의 약가가 11%인하되면서 863원으로 106원이 낮아져야 한다.

한올 ‘한올심바스타틴’, 아주약품 ‘심바트’, 메디카 ‘심바테롤’, 뉴젠팜 ‘심바젠’, 대우약품 ‘심바스테롤’, 일양 ‘조스틴’, 대웅 ‘대웅심바스타틴’ 등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한올심바스타틴’은 660원인 10mg 함량조차 72원을 낮춰야 한다.

‘심바스타틴’ 다른 함량에서 나타나는 이런 현상은 다른 성분도 예외는 아니며, 향후 본평가에서도 유사한 사례는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스타틴은 대표함량의 시장 점유율이 90%에 육박하기 때문에 다른 함량에서 발생한 가격 역전이 큰 피해를 야기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본평가를 기다리고 있는 다른 약효군을 염두하면 일반화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크레스토' 논의, 없는 '심바80mg' 가격도 만들어야

지난 21일에 있었던 급평위 회의에서의 논란은 문제의 수위가 더 깊다.

‘로수바스타틴’(품명 크레스토)의 ‘심바스타틴’ 적정 비교함량을 어떻게 볼 것인가가 핵심쟁점인데, ‘아토르바스타틴’에서의 예외가 의사결정의 발목을 잡았다.

급평위는 앞서 ‘아토르바스타틴’ 대표함량인 10mg의 지질강하 효과가 ‘심바스타틴’ 20mg과 40mg 사이에 위치한다는 점 때문에 논란 끝에 제품이 존재하지도 않는 ‘심바스타틴’ 30mg 가중평균가를 근거로 ‘아토르바스타틴’의 가격을 조정키로 결정했었다.

‘로수바스타틴’은 지질강하 수치로 보면 5mg과 10mg이 ‘심바스타틴’ 40mg의 대응함량이다.

하지만 약동학적으로 10mg이 ‘심바스타틴’ 40mg에 대비되고, 임상에서도 일반적으로 이 비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급평위는 일단 5mg을 논제에서 제외시키기로 했다.

다른 문제점은 10mg 제품의 지질강하 효과가 ‘심바스타틴’ 40mg보다 높다는 점에서 촉발됐다.

급평위 내 논란은 이로 인해 ‘로수바스타틴’ 10mg의 대응함량을 ‘아토바스타틴’과 마찬가지로 ‘심바스타틴’ 40mg과 80mg 사이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과 40mg을 적용하고 추가혜택을 제공하자는 주장으로 갈렸고, 다음주중 두 가지 안 중 하나로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아토르바스타틴’의 선례가 있기 때문에 의사결정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전자의 안을 채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럴 경우 얘기는 더 복잡해진다.

‘심바스타틴’ 80mg 함량이 국내에 없기 때문에 80mg의 가격을 정하고, 80mg과 40mg 사이에서 중간값을 또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지도 한가운데에 점을 찍어 놓고 현실에 존재하지도 않는 가상의 섬을 지정한 뒤 거기까지 도달하는 거리의 중간점을 찾자는 주장과 다르지 않다.

"리피토 예외인정, 스타틴 평가 누더기 만들었다"

물론 가능한 방법은 있다. 비교 함량가격 산식을 적용해 80mg의 가격을 정한 뒤, 40mg 가중평균가와의 평균값을 도출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제약업계나 관련 전문가들에게 이런 의사결정이 합리적이라고 설득하는 것이 쉬워보이지는 않는다.

제약업계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기등재약 시범평가가 스타틴의 예외 남발로 누더기가 됐다”고 힐난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국내 한 제약사 관계자는 “품목별 개별인하율을 적용하더라도 다른 함량은 함량비교가를 산출해 인하율을 동일적용한 가격이 이 가격보다 더 높으면 약가를 조정하고 더 낮으면 그대로 두는 것이 이치에 맞다”고 지적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아토르바스타틴과 로수바스타틴으로 인해 스타틴간의 지질강하 효과가 유사해 비용최소화 분석을 했다는 전제 자체가 의미를 상실했다”면서 “스타틴간 재비교를 통해 결과를 재산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심평원은 조만간 급평위 최종 결정결과를 제약업계에 통보하고 의견수렴에 나선다. 결과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한 것이지 개별 업체의 재평가 요청을 받기위한 것은 아니다.

제약업계는 이 기간 동안 급평위 의사결정을 비판하는 의견을 쏟아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복지부는 시범평가 과정과 결과에 대해 평가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마련하는 데는 소극적인 듯하다.

"정부가 나서서 시범평가 평가작업 공론화 해야"

경제성평가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관련 학회나 제약업계보다는 정부가 나서서 공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시범평가 과정에서 노출된 쟁점현안을 정리하지 않고 본평가를 감행할 경우 기등재약 목록정비 사업 전체에 대한 불신과 반대논리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정부가 인식해야 한다"고 한 전문가는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