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전직 제약사 직원이 전문·일반약을 몰래 훔쳐 서울지역 약국가를 돌며 불법판매하다 검거돼, 이 약을 모르고 구입했던 일부 약국들이 장물취득 혐의 등으로 줄줄이 연루, 경찰이 조사에 착수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해당 제약사의 제보에 따라 용의자 파악에 나서 지난 7월 말 범인을 검거하고 구속조치한 후 현재 검찰에 송치한 상태라고 밝혔다.

해당 약국들은 강북지역만 다섯 곳으로, 업무상 과실 및 장물취득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으나 해당 약국들은 결백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A제약 직원, 사직 후 전문·일반약 안가리고 훔쳐 팔아

범인은 최근 다니던 A제약사를 그만둔 후 불법판매를 목적으로 이 회사 의약품을 전문·일반약 가리지 않고 훔쳤다.

범인은 계속해서 A제약 직원으로 가장해 그간 서울시내 거래해왔던 약국을 전전하며 훔친 의약품을 판매해왔다.

그러나 의약품을 도난당한 A제약 측은 즉시 경찰에 신고했으며 이에 경찰은 용의자 특정을 근거로 신원파악에 나서 지난달 말, 결국 검거했다.

훔친 약은 A제약의 일반약 자양강장제 B제품과 전문약 비뇨생식기관용제 C제품 등으로 현재 서초경찰서 측은 “이 외에 더 이상의 품목은 세세히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해당 약국 “거래하던 사람과 연락해 재주문… 사기 당했다”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해당 약국들은 강북에 집중적으로 몰려있으며 범인 추궁 끝에 총 다섯 곳으로 밝혀졌다.

범인이 덜미를 잡히기 전까지 자신을 계속 A제약 직원으로 사칭했다는 것이 피해를 호소하는 약국가의 전언이다.

때문에 해당 약국들은 “범인이 A제약을 그만둔 지도 몰랐고 당연히 그것이 ‘장물’인지조차 몰랐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것.

익명을 요구하는 해당 약사는 “다빈도 약도 아니고 1년에 고작 두세 통 나가는 것이라 몇 달 전 다섯 통을 재주문한 것이 전부인데 난데없이 경찰서에서 ‘장물취득 혐의’라며 찾아왔다”고 항변했다.

아울러 “경찰이 찾아와 ‘범인이 자백했다’고 말해 알았다”며 “그 전까지 그 사람이 제약사 직원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모르고 재주문을 한 것”이라고 명백한 사기임을 호소했다.

경찰 “무자료거래 적발 시 조세범처벌법까지 적용”

해당 약국의 이 같은 항변과 달리 경찰은 약국 조사에 착수했다.

현재 해당 약국에 부과된 혐의는 장물취득죄 가운데 업무상과실로 형법 제 364조에 해당, 장물임을 알고 업무상 주의의무를 태만한 경우에 속한다.

형사처벌은 1년 이하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여기에 경찰은 약국 무자료거래까지 함께 조사, 적발 시 조세범처벌법을 적용할 것을 고려중에 있다.

조세범처벌법은 법률 199호에 의거 조세정의, 처벌범위, 벌금병과, 몰수물품, 불법양조 ·조세포탈자 등 각종 범칙행위에 대한 처벌을 적용하는 법이다.

서초경찰서 사건 담당 팀장은 “약국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은 해당 약국의 말일 뿐”이라고 일축하며 약사들의 항변과 상관없이 조사할 것임을 밝혔다.

사건 담당 팀장은 “약국에서도 세금을 안내려고 동반 불법을 저질렀을 수 있다”며 “거래내역을 조사해 징벌 수위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만약 해당 약국들 가운데 일부라도 조세범처벌법 적용이 확정되면 당국은 구속·불구속 또는 기소유예 등의 처분을 내리게 되며 이와 함께 고의성 여부에 따라 실형·벌금형 및 선고유예 등의 판결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약국에서 통상 이뤄지고 있는 다빈도 및 그렇지 않은 의약품 거래 방식 등을 비춰보아 처벌수위에 따른 파장과 논란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